연간 45억개 화장품 쏟아내는 'ODM 빅2' 또 달리는 'K뷰티'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ESS 르네상스'
삼성SDI '1조 잭팟'…中이 장악한 시장서 대반격
연간 45억개 화장품 쏟아내는 'ODM 빅2' 또 달리는 'K뷰티'
세계 최대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업체인 코스맥스가 급증하는 글로벌 K화장품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중남미에 새 공장 건립을 추진한다. 코스맥스가 해외에 생산기지를 세우는 것은 중국과 인도네시아, 미국, 태국, 일본에 이어 여섯 번째다.
최경 코스맥스 부회장은 4일 “중남미 시장에서 입지를 확고히 하고 글로벌 공급망을 다변화하기 위해 멕시코나 브라질에 새 공장을 짓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코스맥스가 잇달아 해외 공장을 세우는 것은 K뷰티 열풍으로 화장품 수주 물량이 큰 폭 늘어났기 때문이다. 작년 말 기준 2685개 고객사를 둔 코스맥스는 신규 문의가 폭증해 올해 520곳 이상의 고객사를 추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콜마도 미국과 중동 등을 중심으로 해외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작년 3월 미국 뉴저지에 북미기술영업센터를 연 한국콜마는 이르면 내년 초 펜실베이니아에 2공장을 완공할 예정이다.
양사 고객사만 7000곳에 육박…올 4.6兆 넘는 역대급 매출 전망
중소 화장품업체 크레이버의 스킨케어 브랜드인 ‘스킨천사’는 올해 1~5월 매출 778억원을 올렸다. 반년도 안 돼 작년 전체 매출(669억원)을 뛰어넘었다. 저자극 스킨케어 브랜드 제품을 주로 판매하는 크레이버는 미국, 유럽, 일본 등 세계 93개국에 진출했다. 전체 매출의 80%를 해외에서 벌어들인다. 대표 제품인 ‘마다가스카르 워터 핏 선 세럼’은 지난해 글로벌 전자상거래 사이트인 아마존에서 선크림 부문 판매 1위를 차지했다. 회사 측은 올해 매출을 작년의 네 배에 가까운 2500억원으로 예상한다.
마다가스카르 선 세럼을 만든 곳은 국내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업체인 한국콜마다. 한국콜마는 크레이버의 의뢰를 받아 10개월간 연구개발(R&D)한 끝에 2022년 이 제품을 내놨다. 중소 화장품 브랜드 조선미녀의 ‘맑은 쌀 선크림’, 티르티르의 ‘도자기 코어 크림’ 등 해외에서 히트한 제품들도 한국콜마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한국 화장품의 위상이 높아지자 세계를 호령하는 화장품업체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스킨천사처럼 국내에서 인지도가 낮던 중소기업 브랜드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한국의 화장품 수출액 중 67.4%가 중소기업이 올린 성과였다.
중소 화장품 브랜드의 성장 배경에는 코스맥스, 한국콜마 등 자체 브랜드는 없지만 뛰어난 개발 능력과 제조 역량을 갖춘 전문 ODM 업체가 있다. 아이디어와 기획력만 있으면 자금력이나 마케팅력이 부족한 신생 업체도 코스맥스나 한국콜마와 손잡고 브랜드를 만들 수 있다. 코스맥스, 한국콜마는 이탈리아 인터코스와 함께 세계 3대 화장품 ODM 기업으로 꼽힌다. 코스맥스는 국내외 공장에서 연간 최대 28억9900만 개, 한국콜마는 16억200만 개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코스맥스와 한국콜마는 수십 년간 전체 매출의 5~7%를 R&D에 투자해 독보적인 기술력을 쌓았다. 코스맥스는 국내외 연구소에서 근무하는 R&D 인력만 1300여 명에 달한다. 조지 리베라 한국콜마 미국 법인장은 “시장이 세분화되고 이름값 대신 성분과 리뷰를 꼼꼼하게 따지는 소비자가 늘면서 ‘가격에 비해 품질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한국 ODM 업체 제품이 매출 상위권을 휩쓸고 있다”고 했다.
트렌드 변화를 빠르게 포착해 제품에 반영하는 것도 강점이다. 아마존이 최근 한국콜마를 먼저 찾아와 ‘아마존 K뷰티 콘퍼런스’를 열자고 제안한 것도 한국 ODM 업체의 상품 기획력과 제조 역량이 뛰어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신화숙 아마존글로벌셀링코리아 대표는 “한국 ODM 업체는 혁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 정신이 가장 큰 무기”라며 “‘색이 더 옅었으면 좋겠다’는 고객 의견이 나오면 몇 달도 안 돼 이를 반영한 신제품을 내놓을 정도로 제품 개발과 생산 속도도 빠르다”고 했다.
경쟁력을 인정받은 덕에 코스맥스와 한국콜마의 고객사는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해 한국콜마(국내 법인)는 전년(170곳) 대비 48.8% 증가한 253개 고객사와 신규 계약을 맺었다. 미국 등 해외 법인을 포함한 총 고객사 수는 올해 3700곳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스맥스도 올해 글로벌 고객사가 작년(2685곳) 대비 19.2% 늘어난 3201개에 이를 전망이다.
증권업계는 올해 코스맥스와 한국콜마가 역대 최대인 2조1953억원, 2조4528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영업이익은 각각 1974억원, 1957억원으로 작년보다 70.6%, 43.8%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ESS 르네상스'
전력을 내재된 배터리에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쓰는 에너지저장장치(ESS)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날씨에 따라 전기 생산량이 들쭉날쭉한 태양광과 풍력발전이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려면 ESS가 반드시 따라붙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의 ‘ESS 호황’은 미국을 중심으로 불고 있는 태양광 설치 열풍 덕분이다.
지난 1월 캘리포니아주 모하비 사막에 미국 최대 태양광 단지(태양광 모듈 200만 개)가 들어서는 등 대규모 단지가 미국 전역에 설치되고 있다. 이로 인해 작년 1분기 1781㎿h였던 미국 ESS 설치량은 4분기 1만2351㎿h로 여덟 배 가까이 뛰었다.
ESS 증가는 태양광 발전 설치비 하락에 정비례한다. 캘리포니아의 주거용 태양광 패널·ESS 설치 비용(5㎾ 기준)은 평균 2만2500달러로 1년 전보다 20~30% 내려갔다. 태양광 패널 가격이 공급 과잉 등의 여파로 1년 전보다 50% 이상 떨어진 데다 ESS에 들어가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가격도 하락하는 추세여서다.
여기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설치비용의 30%인 6750달러가량을 환급받을 수 있다. 미국에선 화석 연료의 전력 생산 단가보다 태양광의 생산 단가가 더 낮아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시장에선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증설과 함께 ESS 시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막대한 전력을 쓰는 데이터센터는 송전선을 설치하는 대신 인근에 직접 발전 시설을 짓는 게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ESS 설치는 필수다.
ESS 시장이 전기차 시장보다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월 “수년 동안 ESS 사업이 전기차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고, 실제로 그렇다”고 했다.
ESS는 폐배터리 재활용 시대와도 연결돼 있다. 수명을 다한 전기차용 배터리가 재활용을 거쳐 ESS용 배터리로 사용될 경우 가격 하락과 함께 ESS 시장이 더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SDI '1조 잭팟'…中이 장악한 시장서 대반격
삼성SDI가 미국 최대 전력기업인 넥스트에라에너지에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를 대규모로 납품한다. 총용량 6.3기가와트시(GWh)로 지난해 북미 전체 ESS 용량(55GWh)의 11.5%에 해당하는 규모다. 금액으로 따지면 1조원에 달한다. 중국이 장악한 글로벌 ESS용 배터리 시장에서 한국의 반격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넥스트에라에너지에 6.3GWh 규모 ESS용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하고 막바지 조율 작업을 벌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SDI가 이를 수주하면 국내 기업이 수주한 물량 중 사상 최대가 된다. 주력 제품은 값비싼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배터리 셀을 적용한 ‘삼성배터리박스(SBB) 1.5’다. 같은 공간에 더 많은 셀을 넣는 식으로 기존 제품보다 에너지 밀도를 37% 높인 게 특징이다.
업계에서는 각국이 전력난을 이겨내기 위해 태양광발전 설비를 앞다퉈 설치하고 있는 만큼 ESS용 배터리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태양광은 날씨에 따라 전력 생산량이 들쭉날쭉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ESS 시스템을 반드시 곁에 둬야 한다. 이 덕분에 올해 79억달러(약 10조9000억원) 규모인 미국 ESS 시장은 2030년 187억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ESS 시장은 저렴한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앞세운 ‘중국 천하’지만, 미국이 2026년부터 중국산 제품 관세를 7.5%에서 25%로 높이기로 한 만큼 한국 제품을 찾는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며 “전기차 캐즘(대중화 직전 일시적 수요 침체)에 빠진 국내 배터리업계에 ESS가 구세주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中 LFP에 밀려 존재감 약화되자…수요 폭발하는 고가 ESS에 집중
삼성SDI는 2018년까지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 시장의 ‘절대 강자’였다. 당시 세계시장 점유율은 50%에 달했다. 하지만 중국이 값싸고 화재 위험도 작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들고나오면서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삼성SDI의 점유율은 지난해 4.9%로 추락했고 빈자리는 CATL(40%), BYD(11.9%), EVE(11.4%) 등 중국 업체 몫으로 돌아갔다.
수세에 몰린 삼성SDI는 올해부터 공세로 전환했다. 전기를 물 쓰듯 하는 인공지능(AI) 시대가 열리면서 빅테크들이 몰려 있는 미국 내 전력 수요가 급증한 만큼 기회가 왔다고 본 것이다. 때마침 태양광 패널 가격이 급락하면서 미국에선 태양광 발전 설치 붐이 일었다. 그러자 태양광 발전 설비에 따라붙는 ESS 수요도 함께 늘기 시작했다. 국가 차원에서 중국 제재에 나선 미국 기업들의 선택은 삼성SDI였다.
미국 최대 전력회사인 넥스트에라에너지가 중국산 대신 삼성SDI 배터리를 선택한 또 다른 이유는 ‘성능’이다. 20피트 컨테이너로 구성된 삼성SDI의 ‘삼성배터리박스(SBB)’ 1.5는 공간 효율화를 통해 기존 제품보다 에너지 밀도를 37% 끌어올린 게 특징이다. 삼원계(NCA) 배터리를 쓴 만큼 LFP 배터리보다 20~30%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다. 전력망에 연결하면 바로 이용할 수 있어 설치 비용이 적게 든다는 것도 강점이다. 자체적으로 소화약제를 분사하는 기술을 적용해 화재에 약하다는 삼원계 배터리의 약점도 없앴다.
업계에선 넥스트에라에너지 납품이 성사되면 삼성SDI의 ‘몸값’이 한층 더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최대 전력회사가 인정한 ESS용 배터리’란 트랙 레코드가 쌓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2026년부터 중국산 ESS용 배터리에 25%의 관세를 부과키로 한 것도 삼성SDI에는 호재다. 올해 79억달러(약 10조9000억원)에서 2030년 187억달러로 커질 미국 ESS 시장의 상당 부분을 한국 기업들이 차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시장에선 삼성SDI가 미국에 구축하기로 한 배터리 공장에 전기차용과 ESS용 생산라인을 함께 설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SDI는 고가의 NCA 배터리뿐만 아니라 저렴한 LFP 배터리도 2026년부터 양산할 계획이다. 중국이 장악한 저가 배터리 시장에 침투하기 위해서다. 삼성SDI 관계자는 “고객과 관련한 내용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ESS 시장에 눈독을 들이기는 LG에너지솔루션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는 핵심 고객인 테슬라와 제너럴모터스(GM)의 전기차 판매 둔화에 따른 실적 부진을 ESS로 메운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미 몇몇 성과도 거뒀다. 지난 5월 한화큐셀(한화솔루션 태양광 부문)이 발주한 4.8GWh 규모 ESS 배터리를 수주한 게 대표적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ESS용 배터리 시장이 더 커질 것으로 보고 미국 미시간공장과 중국 난징공장의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라인 일부를 ESS용으로 전환하고 있다. ESS 전용 공장을 새로 짓는 것보다 비용과 시간을 아낄 수 있는 점을 감안한 조치다. 덤으로 기존 공장의 가동률을 높이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업계에선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해 ESS 사업부문에서 매출 2조원, 영업이익 200억원을 낸 것으로 보고 있다. 2022년 2000억원가량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삼성SDI도 지난해 ESS 부문에서 매출 2조3000억원, 영업이익 430억원을 낸 것으로 증권가는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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