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사의 변신
비경수형 SM
K소주
티움바이오
오리온
우리금융지주
국내 조선사의 변신
국내 조선사들이 친환경 선박 엔진을 국산화하는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이런 배에 들어가는 액화천연가스(LNG)와 암모니아 화물창(저장 탱크)도 자체 제작하기로 했다. 갈수록 커지는 친환경 선박 시장을 잡으려면 엔진, 화물창 등 핵심 기술부터 확보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2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이중연료 엔진’(석유와 LNG를 함께 쓰는 엔진)과 암모니아를 연료로 쓰는 엔진을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자체 개발한다는 내부 목표를 세웠다. HD현대중공업은 선박에서 쓰는 전기를 만드는 ‘발전 엔진’을 자체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
업계에선 HD한국조선해양이 최근 STX중공업을 인수한 것도 친환경 엔진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하고 있다. STX중공업이 이중연료 엔진은 물론 LNG·액화석유가스(LPG) 엔진과 관련한 상당한 기술력을 갖추고 있어서다.
한화도 이중연료·암모니아 엔진 내재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친환경 선박 엔진은 항공 엔진과 함께 한화그룹이 자체 개발 목표를 세운 핵심 품목이다.
조선사들이 ‘엔진 독립’에 공들이는 건 선박 건조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국내 조선 3사가 건조하는 친환경 선박에는 이중연료 엔진이 탑재되는데 이 엔진은 독일 만과 스위스 빈터투어가스앤드디젤이 세계시장을 7 대 3 비율로 나눠 먹고 있다. 엔진 제작은 국내 조선사들이 맡지만 로열티로 엔진값의 5~10%를 이들 기업에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연료 엔진 가격은 디젤 엔진보다 20% 정도 높다. 차세대 암모니아 엔진은 디젤 엔진에 비해 30~40% 비쌀 것으로 전망된다.
친환경 선박에 들어가는 화물창 국산화도 국내 조선사들이 공들이는 대목이다. 석유를 싣는 유조선의 화물창은 누구나 생산할 수 있지만 LNG를 초저온 상태로 저장하거나 수소를 암모니아로 바꾼 뒤 보관해야 하는 친환경 선박의 화물창은 프랑스 GTT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국내 조선 3사는 LNG 화물창을 각자 개발하되 5~10년 뒤 ‘대세’가 될 수소 화물창은 포스코, 현대제철과 손잡고 5개 회사가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비경수형 SMR
‘미니 원전’ 소형모듈원자로(SMR) 가운데 비경수형 SMR 상용화를 위한 국제 협력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비경수형 SMR은 냉각재로 물을 쓰지 않는 4세대 미니 원전(Gen-4)을 말한다. 경수형 대형 원전에만 집중해 온 한국 입장에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형국이다.
28일 원자력업계에 따르면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와 캐나다원자력안전위원회(CNSC), 영국 원자력규제청(ONR)은 비경수형 상용 SMR 안전기준을 함께 정립하기로 최근 합의했다. 미국 X-에너지가 개발 중인 고온가스로(HTGR) ‘Xe-100’과 캐나다 테레스트리얼에너지가 개발하고 있는 용융염원자로(MSR) ‘IMSR’이 대상이다. 비경수형 SMR은 HTGR, MSR 외에도 소듐고속냉각로(SFR), 납고속냉각로(LFR) 등이 있다.
비경수형 SMR은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으로 인류의 필요 전력량이 급증하는 가운데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거론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승인을 받고 세계 각국이 개발 중인 SMR 80여 종 가운데 70% 이상이 비경수형인 것도 이 때문이다. 비경수형 SMR은 발전 외에도 청정수소 생산, 사용후 핵연료 재활용, 선박·우주선 엔진 등 쓰임새가 무궁무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HTGR의 대표 주자인 Xe-100 1기의 전기 출력은 80㎿(메가와트). 대형 트럭으로 이송할 수 있는 사이즈다. 모듈 원전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4기를 한 묶음으로 설치해 작은 도시 하나가 쓸 수 있는 320㎿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한번 가동하면 60년간 핵연료 교체 없이 쓸 수 있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이 원전의 핵연료는 독특하다. 당구공과 모양, 크기가 같다. 우라늄을 안에 넣고 세라믹으로 겹겹이 둘렀다. 해태제과의 장수 과자 ‘홈런볼’과 같은 코어-셸 구조다. 이런 핵연료를 22만여 개 집어넣는다. 이들이 핵분열할 때 헬륨 가스가 750도까지 가열된다. 이 가스가 2차적으로 565도의 증기를 발생시키고, 이 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한다. 300도가량의 증기를 발생시키는 상용 대형 원전보다 증기 온도가 두 배 가까이 높다. 부피 대비 출력이 높다는 얘기다. NRC 등은 Xe-100 에 들어가는 핵연료의 성능과 안전성을 검증하고 원전 건설 지침을 제시하기로 했다.
MSR 진영에선 테레스트리얼에너지의 IMSR이 주목받고 있다. 우라늄과 소금이 어우러진 ‘소금 용암’ 용융염을 핵연료로 쓰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중대사고 위험이 감지되면 용융염이 저절로 굳어 사고 가능성이 이론상 제로다.
NRC 등은 GE 버노바-히타치가 개발 중인 경수형 SMR ‘BWRX-300’의 안전 검증도 하고 있다. 세계 SMR 중 상용화에 가장 근접한 BWRX-300은 2029년께 캐나다 온타리오주 달링턴에 완공될 전망이다. 수명이 60년이지만 비경수형 SMR과는 달리 핵연료를 1~2년마다 교체해야 한다.
한국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때문에 SMR 개발의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지적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는 지난 11일 대전 한국수력원자력 중앙연구원에서 ‘SMR 산업 활성화를 위한 규제혁신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엔 현대건설, GS건설, 대우건설, DL이앤씨 등 주요 건설사와 두산에너빌리티, 우리기술, 우진, 삼홍기계 등 원전 설비 제조업체들이 참여했다.
SMR 개발 스타트업 비즈의 박윤원 대표는 “발전용과 비(非)발전용, 해양용 등 SMR 사용처에 따라 유연하고 선택적인 인허가 트랙을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소주
K소주 수출 호조에 힘입어 하이트진로, 롯데칠성음료 등 주류 업체 실적이 눈에 띄게 개선되고 있다.
28일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올해 2분기 매출 6727억원, 영업이익 524억원을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4.8%, 영업이익은 340.3% 늘어난 수치다. 연간 기준으로도 올해 하이트진로 영업이익은 2020년 이후 4년 만에 최대인 1968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소주 제품의 수출 비중(지난해 10%)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수출 품목도 ‘자몽에이슬’ 같은 과일 소주 중심에서 일반 소주로 다변화해 이익 증가세가 가팔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창립 100주년을 맞은 하이트진로는 2030년까지 연간 소주 해외 매출 5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올해 목표치(1585억원)의 세 배가 넘는 액수다.
롯데칠성의 2분기 매출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전년 동기보다 38.8% 늘어난 1조1048억원이다. 같은 기간 전체 영업이익은 음료 부문 원가 상승으로 10%가량 줄어든 반면 주류 부문 영업이익은 100% 이상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롯데칠성 전체 매출에서 주류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0%다.
국내 소주시장은 성장이 정체됐지만 소주 수출은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소주 수출액은 10년 만에 1억달러를 회복했다. 올해 상반기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7% 증가했다.
수출 대상국도 확대되고 있다. 상반기 국가별 수출 비중을 보면 일본이 29.3%로 가장 높고 이어 미국 24.1%, 중국 12.8%, 베트남 5.5% 순이었다. 2010년 초반까지만 해도 전체 소주 수출량의 80%가량을 일본에 수출했다.
티움바이오
신약개발기업 티움바이오가 먹는 면역항암제로 개발 중인 ‘TU2218’의 임상 1b상에서 부분관해 환자를 추가로 확인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번에 부분관해가 확인된 환자는 폐암 환자다. TU2218 임상 1b상에서 현재까지 부분관해 환자는 총 3명이다. 췌장암, 항문암 환자 2명에서도 부분관해가 나타났다.
부분관해는 암 병변이 50% 이상 줄어들고 새로운 암이 발생하지 않은 상태가 4주 이상 지속되는 것을 의미한다.
티움바이오는 현재 텍사스, 워싱턴 등 미국 내 3곳의 임상기관에서 진행성 말기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TU2218과 미국 머크(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를 병용 투여해 안전성 등을 평가하는 임상 1b상을 진행 중이다.
티움바이오는 TU2218과 키트루다 병용 임상 2상 대상 암종을 담도암, 두경부암, 대장암 3개로 정했고 8월부터 환자 모집을 시작할 예정이다. 김훈택 티움바이오 대표는 “병용 투약 임상이 말기암 환자에서도 치료 효과가 확인되고 있어 신약 개발 성공 기대감이 높다”고 했다.
오리온
지난 26일 강원 평창군 진부면 오리온 ‘감자 연구소’ 내 비닐하우스. 어른 허리 높이의 수십 개 모본(종자 나무)에 방울토마토처럼 생긴 직경 1.5~2.5㎝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5월 인공교배로 생산한 감자 열매다. 열매를 둘로 쪼개자 진정 감자 종자(TPS)로 불리는 깨알만 한 크기의 감자 씨가 빼곡히 박혀 있었다. 이 씨앗은 바짝 말려진 뒤 내년 5월께 육묘용 포트에 하나씩 옮겨 심어진다. 그 후 수확, 우량 계통 선발, 재(再)파종, 증식, 생산력 및 산지 적응 시험 등 약 10년간의 육종 과정을 거쳐 새 감자 품종으로 탄생한다. 황순원 오리온 종서개발파트장은 “통상 50만 개 TPS를 파종하면 한두 개 신품종 후보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TPS 한 알이 새 감자 품종으로 재탄생할 확률은 0.0002%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감자칩 스낵인 ‘포카칩’과 ‘스윙칩’을 만드는 오리온은 포카칩을 출시한 1988년 평창에 국내 최초로 감자 연구소를 설립했다. 당시 스낵의 세계적 트렌드는 감자였다. 하지만 수분과 고온 가공 시 갈변 현상을 일으키는 환원당 함량이 높은 국산 감자로는 스낵 제조가 어려웠다. 스낵용 감자는 전부 미국, 호주 수입에 의존했다. 오리온은 스낵용 국산 씨감자 개발이 절실하다고 판단해 감자 연구소를 세웠다. 전 세계 식품 기업 중 감자 품종까지 자체 개발하는 업체는 오리온을 비롯해 감자칩 ‘레이즈’로 유명한 미국 펩시코, 일본의 대표 스낵 기업 가루비 등 세 곳뿐이다.
감자 연구소는 10년 넘는 실험과 연구 끝에 2000년 ‘두백’이라는 스낵용 종자 개발에 성공했다. 두백은 1982년 미국에서 들여온 스낵용 품종인 ‘대서’보다 저장성이 뛰어나고 열개서(쪼개짐) 같은 생리 장애가 나타날 위험이 작다. 감자는 대개 봄과 여름에 재배하는데 국산 여름 감자의 약 90%는 두백 품종이다.
감자 연구소는 82만㎡ 규모의 밭에서 신품종 후보를 육종하고 있다. 최근에는 새 감자 품종인 ‘진서’와 ‘정감’을 연달아 개발해 상품화에 착수했다.
오리온이 신품종 개발에 열을 올리는 것은 이상기후와 토질 변화 때문이다. 이상고온 등의 영향으로 국내 감자 생산량은 2019년 69만t에서 2022년 48만t으로 급감했다. 해충, 이상기후에 강하면서 맛과 영양이 향상된 품종을 지속적으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토종 품종 개발에는 10년이 소요되지만 외국에서 개발한 신품종을 들여와 상품화하는 데는 5년이 채 걸리지 않는다. 그만큼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황 파트장은 “생산력이 좋은 감자를 만드는 것뿐 아니라 식량 주권을 강화하기 위해서도 종자 개발은 필수적”이라고 했다. 두백, 진서 품종 씨감자는 베트남에 수출하고 있다. 올해 수출량은 작년의 세 배인 250t이다.
감자 수확기는 5~11월이다. 포카칩과 스윙칩은 지난달부터 11월까지 감자 특산지로 유명한 전남 보성·해남, 충남 당진·예산, 강원 양구 등에서 수확한 국내산 감자를 원료로 사용한다. 포카칩, 스윙칩 생산에 들어가는 국내산 감자는 연간 약 1만5000t. 겨울부터 이듬해 봄까지는 수입산 감자로 감자칩을 만든다. 황 파트장은 “햇감자로 만든 포카칩이 수입 감자로 만든 것보다 훨씬 맛있다”고 했다.
우리금융지주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올 상반기 사상 최대 실적을 발판 삼아 ‘리딩뱅크’(순이익 1위 은행) 목표 달성을 당부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더 높은 단계’로 도약하자는 슬로건도 제시했다.
조 행장은 지난 26일 서울 회현동 본점에서 열린 ‘2024년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올해 시중은행 중 당기순이익 1위를 하겠다는 연초 목표에 변함이 없다. 담대한 목표를 향해 끝까지 달려 나가자”고 강조했다.
우리은행은 상반기 1조6735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반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의 상반기 순이익은 신한은행이 2조535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하나(1조7509억원) 우리 국민(1조5059억원) 농협(1조2667억원) 순이다.
조 행장은 하반기 세부 추진 계획으로 △기업금융 명가 재건 △개인금융 경쟁력 제고 △글로벌 사업 개선 등을 꼽았다. 그는 “불확실한 금융환경이 계속되겠지만 선택과 집중을 통해 실질적 성과를 만들어내자”고 주문했다.
조 행장은 우리금융이 자회사 인수합병을 잇달아 진행하는 올해가 특히 중요한 시기라고도 했다. 그는 “올해 증권사 및 보험사 인수를 시작으로 금융그룹 전체 포트폴리오가 완성되는 만큼 우리은행에도 더 큰 성장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며 “그룹 시너지를 적극 창출하자”고 강조했다.
윤리의식을 갖추라는 당부도 빼놓지 않았다. 조 행장은 “금융의 본질인 신뢰가 흔들리지 않으려면 전 임직원이 자기 직무에 엄중한 인식과 강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나부터 모든 일을 소홀히 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매사진선(每事盡善)’의 자세로 솔선수범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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