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금융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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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금융그룹
‘기대를 아득히 뛰어넘는 실적.’ 올 2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낸 KB금융을 분석한 증권사(DS투자증권)의 보고서 제목이다. KB만의 얘기가 아니다. KB를 비롯해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금융그룹이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를 완전히 씻어내며 일제히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시장 예상치(컨센서스)를 뛰어넘는 실적을 낸 것은 각 금융그룹의 주축인 은행들이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 부문에서 쌍끌이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보험, 카드, 증권 등 핵심 자회사들이 호실적을 낸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가계 빚 폭증을 우려한 정부가 시중은행에 인위적으로 금리를 올리라고 압박하는 ‘관치(官治) 금리’에 따른 반사이익이 더해질 경우 5대 금융의 연간 순이익이 20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어닝 서프라이즈 행진
26일 금융그룹들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잇따라 낸 가장 큰 배경은 대출자산 증가다. 농협금융을 제외한 KB·신한·하나·우리금융의 원화대출금은 올해 들어 57조원가량 폭증했다. 당국의 가계부채 속도 조절 압박에도 주택담보대출 등이 늘었다.
여기다 기업대출마저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4대 금융의 기업대출은 약 706조원으로 작년 말 대비 36조원가량 증가했다. 작년 말부터 시작된 기업금융 쟁탈전이 올해 들어 정점으로 치달은 결과다. 업계 관계자는 “당국이 가계부채 증가를 억제하면서 은행들이 너도나도 기업금융 확대를 위해 사활을 건 여파”라고 평가했다.
‘이자 장사’라는 질타를 받던 금융그룹의 수익원이 다각화된 것도 사상 최대 실적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자산관리(WM)를 비롯해 해외 투자은행(IB), 카드·증권 수수료 등 다양한 부문에서 성과가 났다. 우리금융은 그룹 전체 비이자이익이 전년 대비 45.1%나 급증했다. 신한과 농협 역시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우호적인 시장 환경 속에서 균형 잡힌 사업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비이자이익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5대 금융의 2분기 역대 최대 실적은 수천억원에 달하는 홍콩 ELS 손실 배상금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을 대비한 충당금을 반영한 채 이뤄졌다. 5대 금융지주의 올 2분기 순이익은 6조2266억원으로 작년 동기(5조398억원) 대비 23.55% 증가했다. 2020년 3조2578억원에서 불과 4년 새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다만 시장 금리 하락과 대출 경쟁 여파로 핵심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소폭 하락했다.
○악재 없는 호시절 이어지나
비은행 계열사가 약진한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각 그룹 계열 증권사 대부분이 좋은 실적을 냈다. KB증권은 상반기 3761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며 2016년 KB금융에 인수된 후 반기 기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기저효과가 더해진 하나증권은 작년 상반기 대비 순이익이 278.6%나 뛰었다.
카드사들도 수수료 순이익이 크게 늘면서 약진했다. 신한, 하나카드는 반기 순이익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62.4%, 60.7%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금융그룹들의 호시절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금융그룹 관계자는 “대출 성장세가 하반기 들어 둔화할 수 있지만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이 크게 줄어들 정도는 아닐 것”이라며 “지금 추세라면 5대 금융의 연간 순이익이 사상 처음으로 20조원을 넘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관치 금리’ 덕분에 당분간 이자이익이 증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금융당국이 가계 빚 증가를 막기 위해 시장 금리와 정반대로 대출 금리를 상향 조정하도록 압박하고 있어서다.
시장 예상을 깬 호실적과 통 큰 주주환원책 발표에 시장도 환호했다. 이날 우리금융과 신한지주 주가는 각각 52주 신고가를 기록한 채 마감했다.
합성 데이터
인공지능(AI) 발전에 필수적인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수단으로 합성 데이터가 주목받고 있다. 합성 데이터는 AI가 실제 데이터를 모방해 만든 가상 데이터다.
비전 AI 기업 슈퍼브에이아이는 26일 자사 플랫폼에 학습 데이터 생성 기능을 구축했다. 고객사가 소량의 데이터를 추가로 학습시키면 즉시 고품질 학습 데이터를 생성할 수 있다.
예컨대 제조 공장에서 화재 위험 상황을 감지하는 AI 모델을 개발하려면 실제 불이 난 상황의 이미지나 영상을 학습해야 한다. 하지만 자주 일어나지 않는 특수 상황이라 데이터 확보가 어렵다. 이럴 때 합성 데이터를 활용한다. 실제 데이터에 일부 조건을 바꾸거나 AI로 새롭게 만드는 방식이다. 생성형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합성 데이터 수준도 높아졌다.
자율주행, 국방 AI 분야에서도 합성 데이터는 필수다. 실제 교통사고나 전쟁 데이터를 얻기 어렵기 때문이다. 젠젠에이아이는 맑은 날씨와 비 오는 날, 안개 낀 날, 동물 데이터 등 이미지를 생성해 자동차 제조사와 부품 공급사에 제공하고 있다. 또 다른 스타트업 인피닉은 국방 합성 데이터를 만들기 위한 ‘전장 환경 제너레이터’를 별도로 개발했다. 큐빅은 생성된 합성 데이터를 거래 플랫폼을 통해 유통할 수 있도록 했다.
해외에선 합성 데이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활발하다. 지난 5월 스케일AI가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게 대표적이다. 가트너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합성 데이터 시장 규모는 261억달러(약 36조원)로 4년 만에 10배 넘게 커졌다.
실제 데이터가 아닌 만큼 AI 모델 품질 저하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야린 갈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은 AI 모델에 14세기 영국 교회 탑 건축물을 입력한 후 자체 데이터 생성과 학습을 반복시켰다. 그러자 5세대 AI는 뜬금없이 프랑스어 번역을 제공했고 9세대 AI는 연관이 없는 토끼 얘기를 했다. AI가 생성한 잘못된 데이터가 학습 자료로 활용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오류가 증폭된 것이다.
K바이오
미국이 중국 바이오 기업에 대한 본격적인 견제에 나서면서 국내 바이오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주가가 고공행진하고 있다. 미국 의약품 시장에서 중국과 경쟁하던 국내 기업이 반사이익을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 때문이다.
26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5.05% 상승한 91만5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장중 92만9000원까지 올라서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달 들어 20.55% 급등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2.58% 하락한 것과 대비된다.
미국 정부가 추진 중인 생물보안법의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되는 데다 실적까지 개선된 영향이다. 조 바이든 정부가 발의한 생물보안법은 2032년부터 우시바이오로직스 등 중국 바이오 기업과 거래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아젠다 47’ 공약을 통해 대(對)중국 필수품 수입을 금지하기 위한 4개년 계획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양당 중 누가 당선되더라도 중국 바이오업체 제재는 이어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국 하원의장이 생물보안법의 연내 통과 가능성을 언급하자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수주 문의가 증가하고 있다”며 “CDMO 사업의 중장기 실적에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실적 기대도 주가를 떠받치고 있다. 지난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1569억원, 4345억원으로 컨센서스를 15.5%, 41.8% 웃돌았다. 고환율 효과에 안과 질환 치료제 ‘아일리아’ 등의 마일스톤(단계적 기술료)이 유입된 영향이다.
이날 에스티팜도 5.51% 상승한 9만3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2분기 3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향후 CDMO 사업 성장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지수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하반기부터 임상단계에 있던 희소 유전질환 치료제 ‘올레자르센’과 유전성혈관부종 치료제 ‘도니달로센’ 등에 대한 미 식품의약국(FDA) 허가가 차례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부터 실적 개선이 가시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프레스티지바이오와 바이넥스가 각각 13.34%, 11.45% 급등했다.
카페24
신고가를 찍고 주춤하던 전자상거래 플랫폼 카페24 주가가 다시 반등하고 있다. 지난해 구글로부터 26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해 유튜브 쇼핑 연동 서비스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성과를 내고 있다. 시장에선 카페24가 올해 3년 만에 흑자 전환할 것으로 전망한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카페24는 지난 4월 저점 이후 127%가량 올랐다. 지난달 20일 52주 신고가(4만1750원)를 찍고 한 달간 조정받아 2만7000원대로 밀렸다가 반등에 나서 최근 3만3000원대까지 회복했다.
카페24는 온라인 쇼핑몰 사업자들이 유튜브에서 손쉽게 물건을 팔 수 있는 유튜브 쇼핑 서비스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유튜브 쇼핑 ‘전용 스토어’ 기능을 출시한 이후 5만 명대이던 하루평균 이용자가 8만~9만 명 수준으로 늘어났다.
실적 전망도 긍정적이다. 증권업계에선 올해 카페24가 178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3년 만에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봤다. 임희석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카페24 서비스를 통해 성과를 낸 유튜브 채널 사례가 늘어남에 따라 서비스 이용자가 갈수록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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