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행무상(諸行無常) 모든 것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으며 영원히 지속되는 것이 없다.
첫 '내륙 원전' 따낸 팀코리아…2+2기 땐 수주액 50조원
정기선 "미군 함정 건조 힘 보탤 것"…김동관 "美 조선소 추가 확보"
한화세미텍, HBM 장비 힘준다…첨단패키징장비 개발센터 신설
"美 밸류체인 탄탄"…두산밥캣·한화솔루션 강세
첫 '내륙 원전' 따낸 팀코리아…2+2기 땐 수주액 50조원
한국 원자력발전 업계가 프랑스, 미국 등 원전 강호를 제치고 콧대 높던 유럽 시장에 깃발을 꽂았다. 오는 7일 체코 정부와 신규 원전 건설 본계약을 체결하기로 했다. 프로젝트 사업비는 4000억코루나(약 26조원)에 달한다. 한국수력원자력을 주축으로 한 ‘팀코리아’가 거둔 성과다. 탈원전으로 몸살을 앓던 국내 원전 생태계가 재도약하고 세계 무대로 지평을 넓히는 데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1일 정부와 원전업계에 따르면 팀코리아가 체코에 건설할 원전 노형은 APR1000이다. 최대 출력 가능 용량이 1000메가와트(㎿)에 이른다는 뜻이다. 국내 원전업계가 처음으로 내륙 국가에 짓는 원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 원전 대부분은 냉각수 확보를 위해 바닷가 인근에 자리 잡고 있다. 팀코리아가 2009년 수주한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도 마찬가지다.
반면 내륙에 짓는 담수형 원자로는 냉각탑 등 추가 시설이 필요하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처음으로 내륙형 원전을 짓는 것”이라며 “이번 트랙레코드를 통해 수출 스펙트럼을 더욱 넓혔다”고 말했다.
체코는 원전 기반이 전무한 UAE와 달리 러시아 로사톰 원전 6기를 보유하고 있다. 또 다른 원전업계 관계자는 “불모지에 원전의 기반을 이식한 것(UAE 바라카)과 원전 운영 경험이 풍부하고 각종 규제가 탄탄하게 짜여 있는 시장에 진입한 것은 차원이 다르다”고 평가했다.
체코 두코바니 원전 2기 건설 본계약이 발효되면 테멜린 지역의 추가 2기에 대한 우선협상권도 자동으로 한수원 몫이 된다. 체코 정부가 향후 2년 안에 원전 2기를 추가로 짓기로 결정하면 한국이 또 수주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테멜린 2기까지 추가로 건설하면 체코 사업 총 규모가 약 50조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유럽의 제조 강국인 체코와의 전략적 협력 관계를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과 체코는 올해로 수교 35주년을 맞이했고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된 지 10년째가 됐다. 체코는 자동차, 전자, 배터리 등 100곳이 넘는 한국 기업이 진출해 있어 유럽의 관문으로 통한다. 현대자동차가 운영하는 코나EV 생산 공장 등이 대표적이다.
정부 관계자는 “한국 원전 기술을 토대로 체코 제조 기업뿐 아니라 체코에 생산 설비를 갖춘 한국 기업에도 24시간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양국 간 윈윈 효과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체코 본계약은 국내 원전 생태계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원자력학회장을 지낸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2032~2033년 들어설 신한울 3·4호기와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2037~2038년으로 예정된 국내 신규 대형 원전 2기의 시간 간격을 2036년 준공되는 두코바니 원전이 메우게 됐다”며 “국내 원전업계가 지속 발전할 수 있게 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중소·중견 원전 기자재 기업 300곳가량의 동반 수출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한국원자력산업협회에 따르면 2022~2023년 원전 분야 중소·중견기업의 총수출액은 1억3225만달러(약 1895억원)로, 2019년부터 3년간의 수출 규모(440만7000달러) 대비 30배에 달한다. 국내 탈원전 정책이 폐기되고 세계적으로 원전 붐이 다시 일면서 해외 판로가 급속도로 활기를 띤 것이다.
정부와 한국원전수출산업협회는 이들 기업의 해외 진출 지원도 확대하고 있다.
정기선 "미군 함정 건조 힘 보탤 것"…김동관 "美 조선소 추가 확보"
‘브라보 줄루’(bravo zulu·임무를 잘 수행했다).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오른쪽 세 번째)이 지난달 30일 울산 미포동 HD현대중공업 상선 독(선박건조장)에서 존 펠런 미국 해군성 장관(왼쪽 두 번째)에게 건조 중인 상선을 소개하며 걷고 있다. /HD현대 제공
미국 해군 예산과 정책을 책임지는 존 펠런 해군성 장관은 지난달 30일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이지스 구축함 ‘정조대왕함’을 둘러본 뒤 방명록에 이런 글을 남겼다. 브라보 줄루는 동료에게 최고의 칭찬 메시지를 전할 때 사용하는 해군 은어다. 펠런 장관은 한화오션 거제조선소에서 만난 최신식 건조 시설과 유지·보수·정비(MRO) 시설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기도 했다. 이날 4시간에 걸쳐 조선소 야드와 함정 건조 현장 등을 꼼꼼히 둘러본 펠런 장관이 한국 조선소의 역량에 높은 점수를 준 만큼 향후 군함 및 정비물량 수주 가능성이 한층 더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펠런 장관은 전날 울산 HD현대중공업의 독(dock·선박 건조장)을 찾는 것으로 조선소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정기 검사를 위해 조선소에 들어온 정조대왕함의 갑판과 전투지휘실, 기동부대 지휘실 등을 세심히 살폈다. 건조 중인 이지스 구축함 다산정약용함 등도 둘러봤다.
이후 30분 동안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함정 건조에 대한 펠런 장관의 질문이 이어지면서 1시간30분으로 예정됐던 울산조선소 방문 시간이 2시간으로 늘었다고 회사 측은 전했다. 펠런 장관은 “우수한 역량을 갖춘 조선소와 협력하면 제때 선박 유지·보수가 가능해져 미 해군 함정이 최고 성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정 수석부회장은 “한국과 미국은 혈맹으로 맺어진 친구이자 최고의 동맹국”이라며 “HD현대의 뛰어난 기술력과 선박 건조 능력으로 미국 조선업 재건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화답했다. HD현대는 미국 최대 방위산업 조선사 헌팅턴잉걸스와 협력해 현지에서 미 해군 함정을 함께 건조할 계획이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왼쪽 세 번째)이 지난달 30일 경남 거제시 한화오션 거제조선소에서 작업 중인 군수지원함 유콘 앞에서 존 펠런 장관(두 번째)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한화오션 제공
펠런 장관은 이후 헬기를 타고 한화오션 거제조선소로 이동해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을 만났다. 그는 MRO 작업을 하고 있는 미 해군 급유함 유콘함과 잠수함 건조 구역 등 주요 생산 현장을 둘러봤다. 그는 선박 블록 조립 공장의 자동화 공정에 큰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펠런 장관은 “미 해군과 한국 조선업의 관계는 선박 정비를 넘어 인도·태평양 지역을 자유롭고 개방적인 분위기로 만드는 데 초석이 될 것”이라며 “양국 동맹을 더욱 강화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한화오션은 미 해군 수요에 맞춰 어떤 상황에서도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건조 체계를 완비했다”며 “미국 내 여러 조선소를 확보해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북미 시장 입지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화오션은 미국 진출을 위해 지난해 12월 필라델피아에 있는 필리조선소를 인수했다. 또 미국 앨라배마와 캘리포니아 등지에 조선 시설을 보유한 호주 방산업체 오스탈 인수에도 나섰다.
펠런 장관의 방한으로 한국 조선사들의 미 해군 MRO와 군함 수주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이날 함정 건조와 MRO 협력 확대 등과 관련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방한은 한국 조선소의 생산 역량을 미 해군 수장이 직접 확인하는 성격이 짙었다”며 “구체적 협력 방안은 조만간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세미텍, HBM 장비 힘준다…첨단패키징장비 개발센터 신설
한화세미텍은 반도체 장비 개발 조직 ‘첨단 패키징 장비 개발센터’를 신설하고 기술 인력을 보강했다고 1일 발표했다. D램을 쌓아 만드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제조 공정에서 열과 압력을 가해 개별 D램을 연결하는 핵심 장비 ‘TC본더’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다. 차세대 TC본더 기술로 불리는 플럭스리스(D램 간 간격을 최소화하는 기술), 하이브리드본딩(D램과 D램을 구리선으로 연결하는 기술) 등 첨단 기술을 개발해 글로벌 장비 시장을 선도하려는 의지도 담았다고 한화세미텍은 설명했다.
한화세미텍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3남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이 미래비전총괄로 합류해 차세대 장비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美 밸류체인 탄탄"…두산밥캣·한화솔루션 강세
미국발 글로벌 관세 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미국 내 제품 생산 밸류체인(가치사슬)을 갖춘 기업이 안전한 투자처로 주목받고 있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소형 건설장비업체인 두산밥캣 주식을 13거래일 연속(4월 14~30일)으로 순매수했다. 이 기간 외국인 합계 순매수 규모는 139억원이다. 같은 기간 주가는 12% 올랐다.
외국인이 두산밥캣에 주목하는 것은 미국 내 우수한 밸류체인을 갖춘 상장사로 관세 영향을 비교적 덜 받을 수 있다는 매력 때문으로 풀이된다. 두산밥캣은 2007년 두산그룹 편입 전부터 미국 소형 건설장비업계 선두 업체였다. 최근 미국 매출 비중은 75%가량이다. 미국에서 판매하는 장비 대부분을 현지 공장에서 생산한다. 엔진, 유압설비 등 필요 부품의 10% 정도만 한국에서 수입해 사용하고 있다.
두산밥캣 관계자는 “상호관세에 따른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이지만 미국 현지에 생산기지를 보유한 이점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두산밥캣의 사업은 미국 관세 정책에 따른 영향이 매우 작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화솔루션도 최근 주가가 크게 올랐다. 한화솔루션은 미국 최대 태양광 통합단지인 조지아주 ‘솔라허브’에 잉곳→웨이퍼→셀→모듈로 이어지는 태양광 밸류체인을 구축하고 있다. 공사는 현재 마무리 단계로 연내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올해까지 3조원 이상을 투자해 현지 생산 비중을 7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계산이다. 여기에 미국이 최근 중국 제품의 우회 수출 통로인 동남아시아 4개국 태양광 제품에 반덤핑 상계관세를 확정하면서 반사이익 기대도 커졌다. 한화솔루션 주가는 지난 4월에만 60% 넘게 상승했다.
현대차는 미국 내 밸류체인 강화 계획을 발표하면서 조명을 받고 있다. 3월 현대자동차그룹은 미국 백악관에서 루이지애나 제철소 건설 계획을 공개했다. 제철소를 완공하면 쇳물부터 자동차까지 현지 생산 공정의 수직 계열화를 이룰 수 있다. 조지아에선 SK온과 합작 배터리 생산라인을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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