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행무상(諸行無常) 모든 것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으며 영원히 지속되는 것이 없다.
상호관세 발효 전날 통화…트럼프 "LNG 수입·알래스카 투자 논의"___트럼프
중동에 항모·폭격기 보낸 트럼프 "이란과 직접 핵협상"___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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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관세 발효 전날 통화…트럼프 "LNG 수입·알래스카 투자 논의"

< 평택항 가득 메운 컨테이너 > 미국 정부가 한국산 수입 제품에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가운데 8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야적장에 선적을 기다리는 수출 컨테이너들이 쌓여 있다. 뉴스1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화통화는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한국시간 9일 오후 1시) 직전에 이뤄진 만큼 의미가 남다르다는 분석이다. 한 권한대행과 트럼프 대통령은 8일 28분간 전화통화를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후 했던 통화(12분)보다 길다. 외교가에서는 이번 통화를 계기로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이후 얼어붙은 양국간 대화 채널이 복원됐다는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향후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상대로 본격적인 ‘청구서’를 제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 외교통상당국의 대응이 관건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날 정부에 따르면 한 권한대행과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와 경제협력, 조선 관련 협업,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한 권한대행은 “미국의 새로운 정부하에서도 우리 외교와 안보의 근간인 한·미 동맹관계가 더욱 확대·강화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또 한 권한대행은 “조선과 액화천연가스(LNG), 무역균형 등 3대 분야에서 미국과 한 차원 높은 협력을 이루자”고 강조하면서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고도화하는 상황에서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한·미 양국과 국제사회의 의지가 강력하다는 것을 북한이 인식할 수 있도록 공조하자”고 제안했다. 한 권한대행과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계속해서 대북정책 관련 긴밀한 공조를 이어가고, 한·미·일 협력을 지속 발전시켜 나가자”고 뜻을 모았다.
이와 별개로 트럼프 대통령은 한 권한대행과의 통화 직후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을 통해 “한국의 대통령 권한대행과 훌륭한 통화를 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 분야에 대해 논의했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도 한국과 조선 분야에서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우리가 한국에 제공한 대규모 군사적 보호에 대한 지불을 논의했다”며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한국)은 내 첫 임기 때 수십억달러(약 수조원)의 군사비 분담금을 지급하기 시작했지만,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은 알 수 없는 이유로 계약을 해지했다”며 “그것은 모두에게 충격이었다”고 주장했다. 외교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을 언급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국과 미국은 미국 대선 직전인 지난해 10월 2026년부터 적용하는 방위비 분담금을 전년 대비 8.3% 인상한 1조5192억원으로 정하고, 2030년까지 매년 분담금을 올릴 때 소비자물가지수(CPI) 증가율을 반영키로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방위비 분담금 협정 문안을 타결한 바 있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를 통해 미국 행정부의 의도를 파악하는 데 집중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CNN과 인터뷰에서도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에 대해 “맞서지 않고 협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과 중국, 일본 등 3국이 미국과 맞서는 시나리오에 대해서는 “이런 대응이 한국에 이익이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외교가에서는 이날 양국 통화가 끊어진 대화 채널의 복원을 의미한다는 해석도 나왔다. 한·미 정상 간 소통은 지난 1월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이후 78일 만이다. 이날 전화 통화는 외교 관례에 따라 통역이 이뤄졌지만, 일부 대화는 통역 없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 관료 출신인 한 권한대행은 통상교섭본부장과 주미대사 등을 지낸 경험이 있어 영어에 능통하다.
윤 전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후인 지난해 11월 7일 약 12분간 통화한 적이 있다. 당시 대통령실은 “조만간 이른 시일 내에 회동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한 달여 후 ‘12·3 비상계엄’ 사태가 터지면서 양국 정상 외교는 올스톱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권한대행은 지난해 12월 15일 바이든 당시 미국 대통령과 통화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한 권한대행을 탄핵 소추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는 소통이 이뤄지지 못했다. 한 권한대행 직무정지로 대통령·총리직 대행을 이어받은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직접 소통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
중동에 항모·폭격기 보낸 트럼프 "이란과 직접 핵협상"
미국과 이란이 오는 12일 중동 중재국 오만에서 핵 협상을 하기로 하고 각각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한다. 미국이 강경한 대이란 압박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직접 협상’을 통해 외교 해법을 병행하는 이중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만나 “이란과 직접 대화를 시작했다”며 “12일 대화가 계속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회담은 거의 ‘최고위급’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모두가 (미국과 이란 간) 합의가 더 바람직하다는 데 동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실상 미국이 이란과의 외교 채널을 다시 가동하고 있음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집권 당시 2018년 이란 핵합의(JCPOA)를 탈퇴했지만 집권 2기 시작 후 지난달 이란 최고지도자에게 서신을 보내 대화를 제안했다.
이날 이란은 곧장 이번 협상이 오만을 사이에 둔 ‘간접 협상’이라며 트럼프 대통령 주장을 반박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은 이번 협상에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가 이끄는 대표단을 파견한다. 이란에선 압바스 아락치 외무장관이 이끄는 대표단이 참석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이 성공적이지 않으면 이란은 큰 위험에 처할 것”이라며 군사적 대응 가능성도 열어놨다. 최근 미군이 중동 지역에 전략 자산을 대거 배치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은 항공모함과 전략폭격기,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등을 이란 주변에 연쇄적으로 배치해 군사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이날 미국이 이스라엘에 사드 시스템을 다시 지원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전했다. 지난 5일 미국의 대형 수송기인 C-5M 슈퍼 갤럭시가 이스라엘 남부 네바팀 공군기지에 착륙해 8시간가량 머문 뒤 이륙했고, 이 과정에서 사드가 운반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미국 해상 전력도 잇따라 중동으로 향하고 있다. 귀항을 앞둔 미국 항모 해리트루먼호는 중동 해역에 추가로 체류할 예정이며, 항모 칼빈슨호도 태평양 작전을 마친 뒤 곧 중동으로 이동할 계획이다. 공중 전력으로 B-2 스피릿 전략폭격기 다수가 이란을 사정권에 두고 있는 인도양 디에고가르시아섬에 배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B-2 스피릿 전략폭격기는 스텔스 기능을 갖추고 핵무기를 실을 수 있어 ‘고강도 무력 시위의 상징’으로 꼽힌다.
"승계 논란 종지부"…한화에어로 유증, 오너家 1.3조 참여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주주배정 유상증자 규모를 3조6000억원에서 2조3000억원으로 축소한다. 그 대신 한화에너지 등 세 개 기업이 한화에어로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1조3001억원 규모로 참여한다.
이런 식으로 애초 계획한 전체 유상증자액(3조6000억원)은 유지하기로 했다. “한화에어로의 유상증자 자금이 경영권 승계 목적으로 활용된다”는 일각의 오해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다. 소액주주에게 유리한 유상증자 방안을 설계하면서 세계 방위산업 시장을 잡기 위한 투자금도 잡음 없이 마련하기로 한 것이다.

한화에어로는 8일 정정공시를 통해 이렇게 변경한 유상증자 방안을 이달 마무리하겠다고 발표했다. 한화에어로는 당초 주주배정 유상증자로만 3조6000억원을 조달하려고 했지만, 이 중 1조3000억원은 한화에너지 한화임팩트파트너스 한화에너지싱가포르에 배정하기로 했다. 한화에어로 일반 주주는 15% 할인된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지만, 한화에너지 등 3사는 할인 없이 시가에 매입한다. 소액주주에게 유리하게 설계한 셈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한화에너지 대주주인 김동관 부회장, 김동원 사장, 김동선 부사장 등이 희생하고 한화에어로 소액주주가 이득을 보도록 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되면 한화에어로가 지난 2월 한화에너지 등이 보유한 한화오션 지분을 사들이면서 건넨 1조3000억원은 다시 한화에어로로 유입된다. 그동안 시장 일각에선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이 100%를 보유한 한화에너지로 현금이 흘러가는 것에 대해 ‘승계용 자금’이라는 시각이 있었다. 하지만 이날 유상증자로 승계 논란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안병철 한화에어로 전략총괄 사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어 “소액주주들께 충분히 설명해 드리지 못한 점을 반성한다”며 “경영상 옳은 길이라도 주주, 시민단체, 당국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진행해선 안 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김동관 부회장 / 김동원 사장 / 김동선 부사장
한화에어로는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3조6000억원)과 영업이익 및 차입 등(7조4000억원)을 통해 마련한 실탄으로 세계 곳곳에 방산 설비와 조선소 등을 짓겠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 출범 이후 각국이 국방비를 늘리는 전례 없는 호황을 놓쳐선 안 된다는 판단에서다.
한화에어로는 동유럽·사우디아라비아 방산 합작 공장, 미국 탄약 공장, 유럽 유도탄·탄약 공장, 해외 조선소 투자 등에 6조2700억원을 쓸 계획이다. 또 에너지저장장치(ESS), 항공 엔진, 무인기, 인공지능(AI) 등 연구개발(R&D)에 1조5600억원을 투입한다. 지상 방산 인프라에는 2조2900억원, 항공 엔진 생산 설비엔 95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한화에어로와 한화오션은 액화천연가스(LNG) 트레이딩, 해운 합작사 설립 등 신규 투자도 검토 중이다.
한화에어로는 이날 올해 매출 30조원, 영업이익 3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지난해 매출(11조2401억원), 영업이익(1조7319억원)보다 각각 166.9%, 73.2% 늘리기로 했다. 한화오션 실적이 올해부터 연결로 잡히는 데다 환율 효과가 커진 점을 반영했다. 또 생산성이 높아지면서 공수(工數·작업에 필요한 인원을 근로 시간으로 표기)가 줄어든 것도 이익 확대에 보탬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유상증자 방안 변경, 실적 목표 공개로 이날 한화에어로 주가는 전날보다 8.72% 오른 69만8000원에 마감했다.
HD현대중공업, 美 함정 1위와 '공동수주 작전'
HD현대중공업의 미국 함정 수주 길이 열렸다. 외국 기업도 미국의 군함 건조와 수리가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HD현대중공업이 미국의 최대 방위산업 조선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하기로 했다. 미 해군은 30년간 1조750억달러(약 1583조원) 규모의 군함을 구매할 것으로 예상된다.
HD현대중공업은 최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해양항공우주전시회(SAS) 2025’에서 헌팅턴잉걸스와 ‘선박 생산성 향상 및 첨단 조선 기술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8일 발표했다.
헌팅턴잉걸스는 미국 최대 방산 조선사로 미시시피주 패스커굴라에 조선소를 보유하고 있다.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만 1만 명이 넘는다. 이 회사는 지난해 미 해군이 발주한 이지스 구축함 9척 가운데 6척을 수주했을 정도로 시장 장악력이 크다. 지난해 매출은 115억달러(약 16조9000억원), 영업이익은 5억3500만달러(약 7800억원)였다. 수주 잔액은 487억달러(약 71조7800억원)에 달한다.
MOU는 양사가 보유한 선박 관련 기술을 공유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 데 방점이 있다. 예컨대 HD현대중공업은 선박 건조 기술, 헌팅턴잉걸스는 함정 관련 기술을 전수하는 식이다. HD현대중공업이 미국 현지 조선소의 생산 인력을 교육하고, 헌팅턴잉걸스의 미 해군 함정 기자재 공급망에 HD현대가 참여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295척인 군함을 2054년 390척으로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숫자만 보면 100척가량 증가하지만, 노후화된 군함도 있어 이를 고려하면 30년간 364척의 군함을 새로 구매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기준으로 구매 비용만 1조750억달러(약 1583조원)에 달한다.
이 같은 조치는 해군력이 중국보다 못한 상황에 놓였다는 미 해군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미국의 해군 함정은 2000년 318척으로 중국(110척)보다 세 배 많았지만, 지난해 중국의 해군 함정이 370척으로 늘어나며 미국(295척)을 앞질렀다. 10년 뒤인 2035년 중국(475척)과 미국(317척)의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미국은 함선을 늘릴 기술과 환경이 부족한 상황이다. 당장 주력 함정인 알레이버크급 구축함의 연간 건조 목표(5척)에 비해 실제 제작 능력은 1.7척 정도에 불과하다. 국내 조선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이지스급 구축함을 1년에 세 척 이상 건조할 수 있는 데다 건조 가격도 척당 1조원가량으로 미국(2조~3조원)의 절반 이하”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국의 세계적인 군함 및 선박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있다”며 도움을 요청한 이유이기도 하다.
미 의회엔 ‘해군 준비 태세 보장법’ 개정안 등이 상정돼 있다. 미국과 상호방위 조약을 맺은 인도·태평양 국가들이 미 해군 함정을 건조하거나 부품을 제작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이다. 미 의회는 군함의 해외 건조·수리를 금지한 ‘번스-톨리프슨법’을 개정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관련 법이 개정되면 HD현대중공업은 헌팅턴잉걸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미 군함 시장에 뛰어들 수 있다.
주원호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 대표는 “혈맹인 한국과 미국의 대표 조선기업 간 협력을 통해 양국의 조선산업을 발전시키는 것은 물론 안보 협력 강화에도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50만원짜리가 수억원으로 '변신'…한국도 뛰어들었다 [긱스]
#.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기업 코난테크놀로지는 최근 국방AI 사업부를 신설했다. 전술·전략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지휘·통제를 지원하는 AI 시스템을 군에 공급하는 게 목표다. 예컨대 직접 개발한 ‘코난 LLM’을 활용해 지휘관이 전투를 관리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 드론 군집제어 스타트업 파블로항공은 공격용 드론 ‘파블로M S10s’를 공개했다. 이 회사는 드론쇼와 배송 드론 등을 개발해온 곳으로 국방용 드론을 선보인 건 처음이다. 파블로항공 관계자는 “미래 방위산업 시장에서 경쟁할 것”이라고 했다.

주요 AI·드론 스타트업이 방산 시장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첨단 기술이 적용된 신형 무기와 전술 전략 체계가 전쟁의 핵심으로 부상하면서다. 우크라이나군이 많이 사용하는 1인칭 시점 드론(FPV) 단가는 400달러(약 58만원). 여기에 폭약을 싣고 AI 기술을 접목하면 수억원 수준의 고성능 유도 미사일로 변신한다. 사람이 정해준 목표물을 향해 드론이 알아서 날아가 타격한다. AI 기술이 전쟁에 적용된 대표 사례다.
한 AI 스타트업 관계자는 “빠른 성장을 도모하는 스타트업에 국방 분야는 제품 검증과 판매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 선호하지 않는 시장이었지만 최근 전쟁 양상이 첨단 기술전으로 변화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며 “글로벌 방산테크 시장이 활짝 열리면서 스타트업들도 매출을 올릴 수 있는 핵심 영역으로 보고 전략을 다시 짜고 있다”고 말했다.
8일 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드론 AI 기업 니어스랩은 직충돌형 고속 드론 ‘카이든’으로 에디슨 어워즈에서 상을 탔다. 니어스랩은 원래 풍력발전 드론 점검 시장에서 이름을 알린 회사인데 방산 분야로 영역을 확장해 성과를 냈다. 미래항공모빌리티(AAM) 회사인 디스이즈엔지니어링은 군용 드론 전문 자회사 시프트다이나믹스를 설립했다. 자율주행 로봇 기업인 뉴빌리티도 방산 시장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AI 스타트업들도 그동안 쌓아온 기술을 국방 분야에 적용하겠다고 나섰다. AI 플랫폼 기업 인피닉은 실제 데이터의 특성을 딴 합성 데이터를 제작해 국방 프로젝트에 제공한다. 청각 AI 솔루션 코클은 소리만으로 총과 비행기 종류, 적의 위치를 파악하도록 돕는다. 공간정보 AI 업체 다비오는 위성 영상만으로도 전장 모습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한국은 그동안 국방 분야에 첨단 기술 적용이 상대적으로 더뎠다. 무기 체계 설계부터 전력화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14.1년. 적극적으로 규제를 풀면서 방산 스타트업을 키우는 우크라이나, 무인기 초도 비행 후 3~4개월 안에 전력화하는 튀르키예 등과 대조적이다. 스타트업이 국방부나 군의 연구개발(R&D)에 참여하더라도 후속 양산에 대한 보장이 없었다. 국방기술진흥연구소에 따르면 미국 등 기술 최고국과의 국방 AI 기술 격차는 약 4.1년. 방산 AI 분야의 초기 전력으로 평가받는 ‘전장 인식과 판단’ 부문은 선진국 대비 78.3%, 전장에서 인간 지휘관의 ‘판단 결심을 지원’하는 분야는 76.5%에 불과하다.
최근엔 분위기가 바뀌었다. 우리 군이 스타트업과 적극적으로 R&D를 진행하는 등 시장이 열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방산 대기업도 AI 스타트업에 투자하면서 기술 협력에 나서고 있다. 과거엔 전투기 몇 대와 항공모함 한 대로 공중전과 해상전을 치렀다. 지금은 수천 대의 드론과 전투로봇이 현대전을 이끌고 있다. 목표 설정과 공격 판단 등 전투 계획도 AI가 짠다. 적군의 미사일 발사 징후를 포착하는 것부터 군수품 재고 관리에까지 AI가 들어간다. AI와 손잡은 드론은 유인 전투기 자리까지 위협하고 있다.
방산 분야에 진출한 스타트업들은 해외 시장도 노리고 있다. 니어스랩은 자체 방산 드론을 해외에 먼저 팔았다. 최재혁 니어스랩 대표는 “우리 드론 가격은 미국 드론의 20분의 1 수준”이라며 “미국 공격드론의 성능이 좋지만 우리는 같은 가격으로 드론 20개를 깔 수 있다”고 했다. 다른 방산 스타트업 팔월삼일도 자폭드론 세이렌을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했다. 1주일에 세이렌 70∼80대를 제조할 수 있도록 생산능력을 높여 추가 수출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계획이다. 오디오AI 기업 코클은 미국 넬리스 공군기지에 AI 기술을 공급하고 있다.
해외에선 미국과 중국 중심으로 AI 군비 경쟁이 치열하다. 스타트업들이 개발한 첨단 무기와 전술·전략 솔루션이 전쟁에 널리 쓰이고 있다. 미국 스타트업 안두릴은 적의 무인 항공기를 탐지·추적하는 방어 체계와 AI로 실시간 지형지물을 분석해 비행하는 드론을 개발한다.
또 다른 미국 스타트업 실드AI는 자율 드론 플랫폼으로 정찰 및 공격 능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기존의 유인 항공기가 위험을 감수하며 수행하던 임무를 대체하기 위해서다. 실드AI는 “AI 조종사는 인간에게 있는 두려움이 없다”고 했다. 사로닉은 무인 수상정을 개발해 해군 작전의 새 지평을 열었다. 운영 비용과 인명 손실 위험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클리어뷰AI의 안면인식 소프트웨어는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을 식별하는 데 쓰였다.
한국 방산 스타트업이 이들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선 국내 데이터 규제가 해소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AI 무기와 솔루션 개발의 첫 단계가 ‘데이터 확보’인데 한국에선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이다. 큰 틀에서 정부 차원의 로드맵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무기체계에 AI 기술을 적용하기 위한 평가와 검증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박찬봉 광운대 AI방산융합학과 교수는 “정부가 방향성과 기준을 제시해야 기업들이 더 적극적으로 연구와 투자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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