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행무상(諸行無常) 모든 것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으며 영원히 지속되는 것이 없다.
HD한국조선, SMR 추진 컨테이너선 만든다___조선
중동産보다 20% 저렴…SK, 美서 LNG 확보戰___LNG
한국 '이게 웬 떡이냐'…트럼프 관세전쟁의 '대반전'___정유
韓 석유화학, 中 독점하던 러 제품 수입 가능해지나___석유화학
美 화석연료 귀환에…SK, 가스전 추가투자 "LNG 1000만t 확보"___LNG
해외 가스전 영토 넓히는 韓…알래스카 LNG엔 '글쎄'___LNG
선박엔진 빅2 "5년치 일감 쌓였다"___선박엔진(HD현대중공업, 한화엔진)
TYM "자율주행 트랙터, AI로 자율제조"___기업(TYM)
HD한국조선, SMR 추진 컨테이너선 만든다
HD한국조선해양이 조선·해운업계의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소형모듈원자로(SMR) 추진 선박과 선박용 수소연료전지를 개발하기 위해 최대 3000억원을 투입한다. 벙커C유나 액화천연가스(LNG) 대신 원자력으로 움직이는 SMR 추진 선박은 연료 효율이 높을 뿐 아니라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꿈의 선박’으로 꼽힌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은 최근 발행한 교환사채(EB)로 확보한 6000억원 가운데 2000억~3000억원가량을 SMR 추진 컨테이너선 개발 등에 투입하기로 했다. SMR 추진 선박은 원자력을 동력원으로 쓰기 때문에 기존 화석연료보다 효율이 높다. 연료 탱크가 필요 없는 만큼 화물을 더 넣을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연구개발(R&D)에 연간 1000억~1600억원을 투입하는 HD한국조선해양이 선박 하나를 개발하는 데 3000억원을 쓰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개발에 성공하면 글로벌 조선시장을 석권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2030년까지 선박용 SMR 모델 개발을 완료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 SMR 시장의 최강자로 꼽히는 미국 테라파워에 3000만달러를 투입한 것도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투자다. 선박용 수소연료전지는 2028년까지 개발을 끝내기로 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해상에서 원자력발전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해양 부유식 원자력 발전선(FNPP)도 개발하고 있다.
2년치 R&D 비용만큼 투자…에너지 생산 저렴·탄소 배출 無

HD한국조선해양이 미국 소형모듈원전(SMR) 기업 테라파워에 3000만달러를 투자한 건 2022년 11월이다. 업황이 좋아져 곳간이 넉넉해지자 ‘초격차 선박’ 개발로 눈을 돌릴 여유가 생겨서다. 하지만 그때만 해도 SMR 추진선은 손으로 잡을 수 있는 기술이 아니었다. 땅 위에 세우는 SMR도 자리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HD한국조선해양은 SMR 추진선 개발 계획을 놓지 않았다. 기존 선박의 성능을 끌어올리는 정도로는 중국을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해서다. 시간이 흘러 SMR 기술이 하나둘 보완되자 HD한국조선해양은 칼을 빼들었다. 최대 3000억원을 투입해 2030년까지 SMR 추진선 개발을 완료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사진)이 직접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HD한국조선해양은 최근 교환사채(EB) 발행으로 조달한 6000억원 가운데 3000억~4000억원을 연구개발(R&D)에 투입하기로 했다. SMR 추진선, 수소연료전지, 바이오 기술 개발에 쓴다. 이 중 SMR 추진선 개발에 배정된 몫은 2000억~3000억원. 지분 투자, 연구비 등을 포함한 수치다. 세상에 없는 배를 개발하는 만큼 투자비가 많이 들 수밖에 없다. 나머지 자금은 2027년까지 개발하기로 한 지상용 수소연료전지와 2028년을 목표로 삼은 선박 발전용 전지 개발에 투입된다.
SMR 추진선은 벙커C유, 액화천연가스(LNG)와 달리 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다. 원자력발전인 만큼 에너지 생산 비용도 저렴하고 유가 급등락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SMR 추진 컨테이너선은 연료탱크나 배기기관 등이 필요 없어 컨테이너를 추가로 넣을 수 있다. 경제성까지 갖췄다는 얘기다.
HD한국조선해양이 개발하고 있는 선박용 SMR은 테라파워가 2030년부터 가동할 예정인 용융염원자로(MCFR)다. SMR의 한 종류인 MCFR은 상온에서 고체 나트륨을 녹인 용융염을 냉각제로 쓰는 4세대 원자로다. 연료 사용 주기가 20~30년이라 선령(선박의 연령·20~25년)과 맞아떨어지고, 원자로 크기도 작은 게 장점이다.
HD한국조선해양이 초격차 선박에 힘을 주는 건 중국 때문이다. 저렴한 인건비와 정부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조선업체의 점유율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서다. 지난해 중국의 상선 시장 점유율은 70%로, 한국(16%)을 압도했다. 여기에 중국 장난조선소가 2023년 SMR 추진 컨테이너선 설계마저 공개한 만큼 손 놓고 있다간 자칫 SMR 추진선 시장의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도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SMR 추진선이 조선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데 별다른 이견은 없지만 높은 가격이라는 장벽을 넘어야 한다. 100~300메가와트(㎿)짜리 SMR을 지상에 건설하는 데 드는 비용은 1조~3조원이다. HD한국조선해양이 개발하는 건 70㎿짜리지만 그래도 현재 기준으로 수천억원이 든다. 지난달 기준 1만50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 컨테이너선 가격이 2억7500만달러(약 4000억원)인 것을 고려하면 비싼 편이다. 상용화를 위해선 규모의 경제를 갖춰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원자력으로 움직이는 만큼 안전성도 변수다. 선박에 문제가 생기면 발주처에 천문학적인 배상금을 물어줘야 하는 선사 입장에선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사업별 투자 금액은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중동産보다 20% 저렴…SK, 美서 LNG 확보戰
지난달 25일 찾은 미국 오클라호마주 우드퍼드의 209번째 셰일가스정(井) 개발 현장은 일반 가스정과는 사뭇 달랐다. 크기가 작고 설비도 단출했다. 30m 높이의 웰헤드(시추 장치)만 눈에 띌 뿐이었다. 개발부터 생산까지 걸리는 기간은 단 6개월. 10년 이상인 일반 가스전의 20분의 1이다. 이 가스정에 투자한 SK이노베이션 E&S(SKI E&S) 관계자는 “개발 기간이 짧고 가격도 저렴한 미국 셰일가스전에 추가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셰일가스를 확보하기 위한 ‘신(新)골드러시’가 시작됐다. ‘화석연료의 부활’을 선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따라 액화천연가스(LNG) 수요가 급증한 데다 ‘인공지능(AI) 붐’이 부른 전력난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어서다. 미국산 LNG는 한국 기업이 주로 도입하는 중동산보다 20%가량 저렴하다.
이에 따라 미국 셰일가스전 확보 경쟁에 불이 붙었다. SKI E&S는 미국 최대 석유·가스 개발회사 콘티넨털리소스와 손잡고 우드퍼드(연 100만t 수입)에 이어 같은 지역 내 다른 가스전에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는 최근 미국 넥스트디케이드와 LNG 구매 계약(연 120만t)을 맺은 데 이어 텍사스 LNG 터미널 포트아서 투자도 들여다보고 있다. 한국가스공사는 중동에서 수입하던 900만t가량의 LNG를 미국산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원유 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미국이 다음달부터 캐나다산 원유에 10% 관세를 부과하면 전체 생산량의 80%를 소화하는 미국 수출길이 막힐 수 있어서다. 국내 정유사는 캐나다산 원유가 두바이유보다 10~20% 싼 점을 감안해 미국 수출 물량을 국내에 들여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 '이게 웬 떡이냐'…트럼프 관세전쟁의 '대반전'
캐나다산 원유는 그동안 한국 정유사엔 ‘그림의 떡’이었다. 두바이유보다 10~20% 싼 가격을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들여오고 싶지만 하루 생산량(494만 배럴·작년 10월 기준)의 81%(약 400만 배럴)가 미국으로 수출돼 도무지 끼어들 틈이 없었다.
수십 년간 이어진 북미 에너지 판매 지형도가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 들어 송두리째 바뀌고 있다. 변화를 부른 ‘트리거’는 한 달 뒤로 예정된 캐나다산 원유에 대한 미국의 관세 10%(일반 제품은 25%) 부과 조치다. 미국이 캐나다산 원유 수입을 줄일 가능성이 커진 데다 캐나다 정부도 미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수출처 다변화를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값싼 캐나다 원유를 국내에 들여올 절호의 기회가 온 셈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SK에너지는 최근 캐나다산 원유를 현 정유시설에서 정제할 수 있는지 검증 작업을 마쳤다. 캐나다가 원유 수출 다변화에 나서면 스폿 형태로 도입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SK에너지 관계자는 “검증 결과 두바이 원유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확인한 만큼 곧바로 도입할 수 있다”며 “원유 기업들과 수입 관련 논의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GS칼텍스와 HD현대오일뱅크도 캐나다산 원유 도입에 적극적이다. GS칼텍스는 지난해 9월 일본 정유사 에네오스와 함께 캐나다 원유를 30만 배럴 시범 도입하는 계약을 맺었다. 당시 가격은 브렌트유보다 배럴당 5~6달러 낮았다. HD현대오일뱅크도 시장 조사를 하고 있다.
국내 정유사가 캐나다산 원유에 눈독을 들이는 가장 큰 이유는 가격이다. 지난 9일(현지시간) 기준 캐나다산 원유(WCS)는 배럴당 54.01달러로, 두바이유(71.09달러)보다 24.0%, 서부텍사스원유(WTI·66.69달러)보다 19.0% 저렴하다. 캐나다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만큼 관세도 없다. 국내 정유사는 해외에서 들여온 원유를 정제한 뒤 석유제품으로 팔아 마진을 남기는데, 배럴당 1~2달러만 싸도 영업이익이 확 뛴다. 국내 정유 설비에서 캐나다산 원유를 처리할 수 있는 비율은 최대 10%로 추산된다.
국내 정유사가 캐나다산 원유를 찾는 또 다른 이유는 중(重)질유라는 데 있다. 국내 정유사의 정제설비가 똑같은 중질유인 중동산 원유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주로 수출하는 원유는 경(輕)질유인 셰일오일이어서 미국산을 쓰려면 설비를 교체해야 한다. 중질유와 경질유를 일부 섞을 수 있지만 경질유 비중을 대폭 늘리는 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지난해 수입 원유의 16.4%를 차지한 미국산 비중을 최대한 늘려도 18%를 넘기는 어렵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넘어야 할 걸림돌도 있다. 첫 번째는 캐나다의 부족한 수출 인프라다. 캐나다는 수출 다변화를 위해 2340억캐나다달러(약 34조원)를 투입해 앨버타주부터 밴쿠버까지 이어지는 800㎞짜리 송유관을 지난해 5월 완공했다. 밴쿠버항에서 액화천연가스(LNG)선에 실어 어디든 수출할 길이 열린 것이다. 다만 하루 최대 수출 물량이 90만 배럴에 불과해 당장 국내 기업이 수입량을 대폭 늘리기는 어렵다. 이런 이유로 업계에선 캐나다 정부가 송유관 및 터미널 증설에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이 수입 물량을 줄이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WTI가 지금처럼 캐나다 원유보다 10% 이상 높은 가격을 유지하면 관세 부담에도 캐나다산이 더 싸기 때문이다.
韓 석유화학, 中 독점하던 러 제품 수입 가능해지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세계 에너지 시장 판도 변화를 읽는 키워드는 러시아 이란 중국 등 크게 세 가지다. 세 나라와 미국의 협상 등에 따라 에너지 가격과 조달처가 달라질 가능성이 커서다.
첫 번째 키워드는 러시아다. 트럼프 대통령 의도대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값싼 러시아산 석유와 천연가스가 다시 글로벌 시장에 쏟아진다. 러시아는 천연가스 매장량 세계 1위인 만큼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 정유·석유화학 업체에는 호재다. 중국은 그동안 유럽 수출길이 막힌 러시아산 석유제품을 싼값에 수입한 뒤 가공해 세계에 뿌렸는데, 우리 기업도 중국과 마찬가지로 러시아산을 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정부의 이란 제재 강화도 시장을 흔들 변수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원유 수출량을 ‘제로(0)’로 떨어뜨리기 위해 최고 수위 제재에 나섰다. 중국은 이란 석유를 두바이유보다 배럴당 10~20달러 싸게 말레이시아 등을 통해 우회 수입했는데, 이 루트를 막겠다는 얘기다. 중국의 원가 경쟁력이 떨어지면 한국은 반사이익을 얻는다.
마지막 키워드는 중국이다. 그동안 미국은 중국에 LNG 등을 수출했고, 중국은 미국에 태양광 패널 등을 팔았다. 트럼프 정부가 강력한 ‘중국 봉쇄’를 내세운 만큼 이런 교역은 깨질 가능성이 크다. 중국이 미국산 LNG 수입을 줄이면 남은 물량은 한국과 일본으로 흘러 들어올 확률이 높다. 중국은 관세 보복 조치로 미국산 LNG에 15%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미국에 중국산 태양광 패널 수입이 끊기면 한화큐셀 등 국내 기업이 만드는 제품으로 대체될 수 있다. 여러모로 트럼프 에너지 정책은 한국에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美 화석연료 귀환에…SK, 가스전 추가투자 "LNG 1000만t 확보"
지난달 25일 찾은 미국 오클라호마주 우드퍼드에 있는 300㎡ 규모 ‘J 셰일가스정(井)’은 흔한 시골 농가의 모습이었다. 높이 2m, 넓이 10㎡짜리 배관과 탱크가 이곳이 가스정이란 걸 알려줄 뿐이었다.

셰일가스정의 주무대는 지상이 아니라 땅속이다. 암석층에 숨어 있는 셰일가스를 뽑아내는 역할을 하는 유정관은 땅속으로 4㎞, 옆으로 4.8㎞나 뻗어 있다. SK이노베이션 E&S(SKI E&S)와 미국 최대 석유·가스 개발 기업 콘티넨털리소스가 사업권을 확보한 우드퍼드에는 이런 가스정이 208개나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이 지역 매장량은 액화천연가스(LNG) 환산 기준 최대 20억t이다. 이는 한국이 약 40년 동안 쓸 수 있는 물량이다. SKI E&S 관계자는 “셰일가스 채굴 기술이 발전해 중동산 LNG보다 낮은 가격에 생산할 수 있게 됐다”며 추가 투자로 미국 내 가스전 영토를 넓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SK 등 국내 에너지 기업이 미국 셰일가스 개발을 확대하는 동시에 미국산 LNG 수입을 늘리는 작업에 들어갔다. ‘화석연료의 귀환’ 카드를 꺼내 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방침에 따라 셰일가스 개발 관련 규제가 하나둘 풀리는 데다 ‘무역수지 불균형 해소’에 미국산 LNG 수입 확대를 활용할 수 있어서다. 미국산 LNG는 중동산 LNG보다 20~30% 저렴하기 때문에 ‘손해 보는 장사’도 아니다.
국내 기업의 ‘미국산 LNG 수입 확대 작전’은 투트랙으로 이뤄진다. 가스전 지분을 매입해 직도입하는 방법과 가스전을 보유한 회사에서 사들이는 방법이다. SKI E&S는 지분 투자 방식으로 가스전 추가 확보에 나서기로 했다. 이 회사는 2014년 우드퍼드 가스전에 3억6000만달러를 투자해 지분 49.9%(콘티넨털리소스 지분율 50.1%)를 확보했다. 이 가스전에서 SKI E&S가 생산 중인 물량은 연 100만t으로 지난해 전체 LNG 수입량(4633만t)의 약 2.2%다.
SKI E&S는 이런 성공 노하우를 토대로 콘티넨털리소스와 손잡고 가스전 추가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늘어나는 수입 물량은 SK하이닉스가 2027년 가동하는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내 LNG 발전소 등에 투입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추가 투자 등이 완료되면 SKI E&S가 확보한 LNG 물량은 2030년께 연 1000만t으로 증가한다. 현재 직접 확보 물량이 약 230만t(우드퍼드 100만t·호주 바로사 가스전 130만t)인 점을 감안하면 5년 내 4배 이상 커진다는 얘기다. 경기 여주와 파주, 위례에 있는 이 회사 LNG 발전소에 필요한 물량(연 500만t)의 두 배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SK가 국내 필요 물량보다 두 배 많이 확보한다는 건 남는 LNG를 수출하는 트레이딩 시장에 뛰어든다는 의미”라며 “계획대로 되면 세계적인 LNG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가스공사도 미국산 LNG 수입 확대에 나선다. 가스공사는 미국 기업을 대상으로 LNG 장기 계약 후보군을 추리고 있다. 민간 발전 기업도 뛰어들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LNG 수입을 늘리는 동시에 장기 도입을 위한 시장 조사도 병행하고 있다. 이 회사는 앞서 미국 텍사스주에 본사를 둔 멕시코퍼시픽과 LNG를 매년 70만t씩 20년 동안 수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GS에너지도 미국 LNG 투자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가스전 영토 넓히는 韓…알래스카 LNG엔 '글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프로젝트 참여를 요청한 건 그만큼 한국 기업들의 가스전 개발 경험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선봉에 선 회사는 한국가스공사다. 가스공사는 12개국에서 23개 프로젝트를 벌이고 있다. 세계 최대 가스전으로 평가받는 모잠비크 4광구 지분도 10% 들고 있다. 2022년 생산에 들어간 이곳에 매장된 천연가스 추정량은 74Tcf(테라입방피트)로, 한국이 30년간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가스공사는 2011년 지분 15%를 매입한 호주 글래드스톤 LNG 광구에서도 2016년부터 매년 300만t씩 국내로 들여오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도 해외 가스전 사업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대표 광구는 미얀마 북서쪽 해상 A1·3 광구로 2013년부터 상업 가동에 들어가 하루 평균 5억cf(입방피트)씩 생산한다. 최근 광구 내 4곳을 추가 시추하고, 해저 배관 등을 증설하기 위해 9263억원을 투입했다.
SK이노베이션 E&S는 미국 오클라호마 우드퍼드 가스전 외에 호주 북쪽 티모르 해역에 있는 바로사 가스전 지분 37.5%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기업은 알래스카 가스전 개발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알래스카 북부 노스슬로프 일대에 묻힌 천연가스를 주요 소비처와 가까운 알래스카 남부까지 보내려면 1300㎞짜리 가스관을 깔아야 하기 때문이다. 워낙 긴 데다 극한 추위와 강풍에 따른 유지·보수 비용도 감안해야 하는 만큼 수익을 내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바닷길로 LNG를 옮기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알래스카 서쪽 베링해는 여름철 3개월 정도만 배가 다닐 수 있어서다. 알래스카 남부 북태평양은 북극 유빙(流氷)이 떠다니는 데다 풍랑도 세다. 그래서 일반 LNG운반선(척당 2억달러)보다 1.6배 비싼 쇄빙 LNG운반선(3억2000만달러)을 투입해야 한다. 가스업계 관계자는 “악조건이 너무 많아 선뜻 참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선박엔진 빅2 "5년치 일감 쌓였다"
국내‘선박엔진 빅2’ 제조사인 HD현대중공업과 한화엔진에 5년 치 넘는 일감이 쌓여 있다. 중국 조선사에서도 선박엔진 주문이 밀려 들어오고 있다.
실제로 한화엔진은 최근 아시아 조선사와 2160억원어치 엔진 납품 계약을 맺었다고 공시했다. 공시에서 기한은 2029년 6월이다. 업계는 중국 후둥중화 등에서 만드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에 장착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엔진이 공시한 올해 누적 수주액은 10일 기준 8452억원이다. 지난해 연간 수주액(1조6490억원)의 51.3%를 두 달여 만에 채운 것이다.
HD현대중공업에도 일감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HD현대중공업도 이미 2029년 치 납품 물량까지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2월까지 HD현대중공업의 선박엔진 수주액은 11억7900만달러(약 1조7008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연간 수주액(42억900만달러·약 6조719억원)의 약 3분의 1이다.
‘선박의 심장’으로 불리는 선박엔진은 초대형 내연기관이다. 17만4000㎥급 대형 LNG 운반선에 들어가는 디젤 엔진 기준으로는 길이 26m, 높이 15m에 이른다.
한국 선박엔진이 잘나가는 배경에는 선주들의 선택이 있다. 선주들이 조선사에 선박 주문을 넣을 때 주요 기자재를 고를 수 있는데, 선주들이 한국산 엔진을 선택한다는 얘기다.
이런 흐름은 중국 조선사가 건조한 LNG 운반선이 잇따라 고장 나면서 가속화됐다. 중국 후둥중화가 건조한 CESI 글래드스톤호는 2018년 엔진 고장으로 태평양 한가운데서 고장 나 폐선됐다. 이후 중국 조선사들도 선주의 신뢰를 얻기 위해 한국산 선박엔진을 찾았다.
쏟아지는 일감에 국내 선박엔진 제조사는 친환경 엔진 등 고부가가치 제품 영업으로 옮겨가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환경 규제 강화로 인한 친환경 선박 수요 증가는 국내 선박엔진 제조업체의 수익성을 더욱 좋아지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오션, 레이더 안 잡히는 '스텔스 페인트' 개발
한화오션은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에 적용할 최첨단 ‘스텔스(은폐) 페인트’를 개발해 성능 평가를 마쳤다고 10일 발표했다.

스텔스 페인트는 적외선 레이더 등에 탐지되지 않도록 하는 특수 도료다. 한화오션이 개발한 페인트는 함정 온도를 높이는 근적외선을 80% 이상 반사한다. 기존 스텔스 페인트의 평균 근적외선 반사율보다 60% 이상 높은 수치다.
이와 함께 선체 온도를 40%가량 낮춘다. 함정 선체 온도가 떨어지면 외부로 방출되는 적외선 신호가 줄어든다. 이렇게 되면 군함이 탐지될 가능성이 낮아지고 군함 크기가 원거리 적외선 레이더상으로는 어선 또는 나룻배 크기로 인식돼 적외선 유도 미사일에 피격될 확률을 낮춘다.
한화오션은 고성능 고분자 수지인 폴리실록산 수지를 활용해 페인트를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폴리실록산은 열, 염분, 산성 등에 강한 실리콘 고분자 물질이다. 기존 함정 외판에 바르는 페인트보다 파도와 해풍을 견디는 내구성이 좋다.
세계 각 군은 전투력 향상을 위해 함정의 스텔스 성능을 높이고 있다. 미국의 최첨단 전함 ‘줌왈트’급 구축함은 안테나 등 상부 구조물을 차폐막으로 덮고 스텔스 페인트를 두껍게 칠했다. 이전 세대 전함인 ‘알레이 버크’급 구축함보다 선체가 40%나 크지만 레이더 탐지 면적은 5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시장조사업체 스피리컬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스텔스 페인트 시장은 2023년 4500만달러(약 653억원)에서 2030년 6757만달러(약 981억원)로 커질 전망이다.
한화오션은 KDDX 사업을 수주하면 이번에 개발한 스텔스 페인트를 차세대 구축함에 적용할 계획이다. 해군과 방위사업청은 차세대 구축함을 2036년까지 총 여섯 척 건조할 예정이다. 사업비는 7조8000억원이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스텔스 페인트는 차세대 함정에 전면 적용될 신기술”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함정 분야 수주 경쟁력을 지속해서 높여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TYM "자율주행 트랙터, AI로 자율제조"
지난 7일 전북 익산시 왕궁면에 있는 TYM 익산 공장. 25마력급 소형 트랙터 생산라인에서 작업자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엔진이 장착된 트랜스미션을 싣고 온 자동물류로봇이 30m의 생산라인을 도는 동안 10여 명의 작업자가 달려들어 부품을 조립하자 순식간에 트랙터가 완성됐다. 라인 끝에 있는 직원이 불량 검사를 마치면서 모든 생산 공정이 종료됐다. 이런 식으로 이 라인에서만 시간당 1.6대, 하루 평균 12대의 트랙터가 생산된다.

국내 3대 농기계 업체 중 하나인 TYM이 업계 최초로 인공지능(AI) 자율제조 기술을 생산 공정에 전방위로 적용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25마력급 소형 트랙터 공장에서 발생하는 모든 데이터를 수집해 생산 공정을 무인화하는 기술 개발에 들어갔다. 자율주행 트랙터 등에 AI를 도입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제조 공정에 AI를 접목해 생산성을 끌어올리려는 시도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TYM은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 주도로 시작한 민관 협력 연구개발(R&D) 프로젝트 ‘AI자율제조 선도 프로젝트’에 기계업계 대표로 참여했다. AI자율제조는 AI를 기반으로 로봇·장비 등을 제조 공정에 결합한 뒤 생산을 자동화해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기술이다. 4년간 국비를 포함해 122억원이 투입되는 이 프로젝트는 AI자율제조의 노하우를 유사 업계가 활용할 수 있도록 공유하는 게 목표다.
TYM은 AI벤처 외에도 원천 기술을 보유한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등과 손잡고 AI자율제조 기술을 개발 중이다. 오는 5월 검사 공정을 시작으로 내년엔 조립, 2027년엔 물류·이송에 AI자율제조 기술을 순차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설계대로 성공하면 25마력 트랙터 생산라인의 시간당 생산량은 2.1대로 기존보다 30% 향상될 전망이다. 현재 11명인 라인당 투입 인원도 7명으로 줄어들 수 있다.
김태완 TYM 책임은 “배선 조립 공정 등 로봇이 대체하기 어려운 일부 복잡한 공정을 제외하고 기본 공정 상당 부분을 자동화할 수 있다”며 “25마력 라인에서 시작해 10~30마력대 다른 소형 라인으로 적용 범위를 넓혀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자동차업계는 AI자율제조를 통한 생산성 혁신을 대세로 여겼지만 농기계업계에선 그렇지 않았다. 막대한 설비투자를 수반하는 AI자율제조는 다품종 소량 생산이 대세인 농기계 업체에 맞지 않는다는 인식이 커서다. 국내 주요 농기계 업체인 TYM 익산공장의 연간 생산량도 2만6000대에 그치는 게 농기계 업체의 현실이다.
그럼에도 TYM이 AI자율제조 도입에 선제적으로 나선 것은 고령화 때문이다. 젊은 신입사원은 들어오려 하지 않고 숙련 생산 인력은 갈수록 구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인력 수급 어려움에 세계적 농기계 수요 감소까지 겹침에 따라 지난해 TYM 매출은 7887억원으로 전년 대비 5.7% 감소했다. 같은 해 영업이익은 153억원으로 80% 줄었다.
TYM은 AI자율제조로 위기를 돌파할 방침이다. AI가 생산 공정에 도입되면 재고를 쌓아두고 파는 생산 방식 자체를 바꿀 수 있을 것으로 이 회사는 기대하고 있다. 김대용 TYM 디지털전환(DX) 본부장은 “혼류 생산과 주문 생산을 하면 다품종 소량 생산을 하면서 재고를 감축하는 게 가능해진다”며 “생산성 혁신을 통해 익산공장의 연간 생산량을 현재 2만6000대에서 2030년까지 4만 대 수준으로 높이고, 중소형 트랙터에서만 7218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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