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산업 10조 돌파…몰려오는 글로벌 체인
벅셔해서웨이 연례 주주총회
베일 벗은 中 국유기업, 둥펑
자율주행 도시 건설하고 無人화물차 도로 짓기로
인공지능(AI) PC
호텔 산업 10조 돌파…몰려오는 글로벌 체인
한국이 세계적 호텔 체인의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K팝과 K푸드 등 한류로 서울 등이 세계적인 관광 도시로 떠오르자 글로벌 유명 호텔 체인들이 앞다퉈 한국 시장 선점에 나섰다.
5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1위 호텔 체인 메리어트는 서울 삼성동 인터컨티넨탈호텔 서울 코엑스의 브랜드 운영권을 넘겨받아 이르면 내년 웨스틴 호텔로 새롭게 문을 연다. 웨스틴은 메리어트의 프리미엄급 호텔 브랜드다. 국내에선 신세계그룹과 손잡고 서울 소공동과 부산 해운대 두 곳에 호텔을 운영 중이다. 원래 ‘1도시 1호텔’을 원칙으로 하지만 서울 시내 호텔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판단해 한 곳을 더 내기로 했다.
웨스틴보다 한 단계 위인 럭셔리 호텔 브랜드도 한국에 온다. 세계적 부호들이 선호하는 호텔을 거느리고 있는 아만그룹은 서울역 북부역세권 복합개발 단지에 ‘자누’란 브랜드로 2027년께 호텔을 연다. 로즈우드도 서울 이태원동 유엔사령부 부지에 들어서는 ‘더 파크사이드 서울’에 250개 객실의 호텔을 짓는다. 로즈우드는 1박 가격이 최소 70만원이 넘는 럭셔리 호텔이다. 반얀트리로 유명한 반얀그룹은 오는 7월 강원 속초에 국내 처음이자 세계 여덟 번째로 ‘홈’ 브랜드를 선보인다. IHG그룹은 ‘보코’ 호텔을 서울 강남에 이어 명동에 추가로 내기로 했다. 서울의 5성급 호텔은 올해 34개에서 2027년 최소 37개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호텔시장은 최근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팬데믹 직전 8조~9조원에 머물렀던 한국 호텔산업 매출은 2020년 4조4500억원으로 급감했지만, 이후 매년 증가해 2022년(8조7900억원)에는 팬데믹 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했다. 지난해엔 10조2100억원으로 10조원을 돌파했다. 2025년엔 12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같은 호황에 힘입어 지난해 국내 주요 호텔인 롯데호텔과 신라호텔은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렸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사드 보복과 코로나19 탓에 2019년 이후 국내에 신규 호텔 설립이 크게 줄어 공급 부족을 겪는 가운데 한류 영향으로 관광객 수요가 큰 폭으로 늘자 글로벌 호텔 체인들이 이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5스타' 포시즌스·신라호텔뿐
지난달 2일 서울 광화문의 럭셔리 호텔 포시즌스에 이 회사 식음료(F&B) 담당자 87명이 모였다. 이들은 세계 각지의 포시즌스에서 일하는 에이스 셰프였다. 포시즌스는 그룹 차원의 F&B 콘퍼런스 개최 후보지로 포시즌스 호텔이 있는 세계 주요 도시를 올렸는데, 대부분이 서울을 선택했다. 포시즌스 관계자는 “글로벌 호텔 체인이 앞다퉈 들어오면서 호텔리어들에게 서울이 일해보고 싶은 도시로 각광받고 있다”고 했다.
5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연내 하얏트 계열의 ‘디 언바운드 컬렉션 바이 하얏트’와 아코르 계열의 ‘마곡 머큐어 앰배서더 호텔’이 서울 논현동과 마곡동에서 각각 영업을 시작한다. 내년에는 반얀트리 해운대, 인터컨티넨탈 평택 등도 문을 열 예정이다. 모두 5성급 최고급 호텔이다.
글로벌 호텔 진출이 줄을 잇는 이유는 국내 호텔산업이 역대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1위 롯데호텔은 지난해 매출 1조2917억원, 영업이익 712억원을 거뒀다. 매출,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였다. 특히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96% 폭증했다. 신세계의 조선호텔도 지난해 영업이익이 403억원으로 전년(222억원) 대비 두 배로 뛰었다. 삼성 계열 신라호텔 매출도 사상 최대인 6347억원을 기록했다.
업계에선 이 같은 호황을 ‘구조조정 효과’로 본다. 최근 10여 년간 호텔산업은 호황과 거리가 멀었다. 우선 공급이 과도하게 많았다. 2010년대 들어 중국인 관광객이 밀려들자 호텔 설립이 줄을 이었다. 공급이 넘쳐난 가운데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중국 단체 관광객이 뚝 끊기자 호텔업계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2020년엔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됐다. 이후 호텔 공급은 큰 폭으로 줄었다. ‘공급 과잉’이 불러온 ‘공급 절벽’이다.
작년부터 상황이 반전했다. 관광객이 다시 몰려들기 시작했다. 작년 외국인 관광객은 1000만 명을 회복했다. 2021년 97만 명으로 줄어든 관광객은 2022년 약 320만 명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1103만 명까지 뛰었다. 2019년 1750만 명과 비교해 63% 수준이지만 이 같은 증가 추세라면 조만간 20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문가들은 본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외국인 관광객이 내년 2051만 명, 2026년 2269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K팝 위주였던 한류가 드라마, 영화, 음식 등 문화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광객은 늘고 있지만 공급 절벽으로 호텔은 모자랄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럭셔리 호텔이 크게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호텔판 미쉐린 가이드’라 불리는 포브스 트래블 가이드가 올해 5스타 호텔로 선정한 곳은 서울에선 포시즌스호텔과 신라호텔 두 곳뿐이다. 마카오(22개) 런던(20개) 파리(12개) 도쿄(9개) 등 세계 주요 대도시보다 훨씬 적다.
한국관광협회중앙회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전국 5성급 호텔은 67개로 객실 수는 2만4317개다. 서울 기준으로는 34개, 객실 수는 1만1842개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2027년까지 서울 내 5성급 호텔 객실이 최소 500개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한국이 글로벌 호텔 체인의 격전지로 떠오르자 글로벌 호텔 브랜드를 수탁운영하는 국내 호텔업체들의 협상력도 높아졌다. 해외 호텔 관계자는 “과거엔 한국 호텔업체들이 더 많은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해외 브랜드 사용을 요청하는 형태가 일반적이었다면 지금은 글로벌 호텔 업체들이 주요 개발 부지에 자사 브랜드 입점을 먼저 타진하는 사례가 많다”고 했다.
높아진 한국의 위상은 국내 호텔이 해외에 진출하는 데 기반이 되고 있다. 롯데호텔앤리조트는 지난달 미국 시카고에 부티크 호텔 ‘L7’을 열었다. 신라호텔은 내년을 목표로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비즈니스호텔 ‘신라스테이’를 짓고 있다.
벅셔해서웨이 연례 주주총회
4일(현지시간)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만난 로라 그레이 씨(69). 그는 “이곳에 오기 위해 1년 전에 호텔을 예약했다”고 말했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벅셔해서웨이 연례 주주총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벅셔해서웨이 주총에는 버핏의 투자 철학과 생각을 들으려는 투자자가 매년 몰려든다. 올해도 예외가 아니다. 우천 속에서도 행사장인 오마하CHI헬스센터는 4만 명가량의 인파로 가득 찼다.
올해는 93세인 버핏의 ‘홀로서기’ 주총이어서 더욱 주목받았다. 60여 년간 그의 오른팔 역할을 해온 찰리 멍거 전 벅셔해서웨이 부회장이 지난해 11월 99세로 별세한 뒤 버핏이 어떤 화두를 꺼낼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이날 주총은 멍거를 회상하는 30분짜리 영상으로 시작했다. 버핏은 “지난 수십 년간 돈 관리를 하는 데 세상에서 찰리보다 대화하기 좋은 사람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가 옆에 있던 그레그 에이블 부회장을 돌아보며 실수로 ‘찰리’라고 부르자 군중은 위로의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버핏은 주주들에게 그의 후계자가 에이블 부회장이 될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정말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 한 그레그가 이 자리에 설 때도 애플, 아메리칸익스프레스, 코카콜라를 소유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버핏은 올해 주식시장을 이끈 인공지능(AI)의 명암도 거론했다. 그는 “AI는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잠재력과 해를 끼칠 수 있는 위험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며 “내가 사기에 투자하는 데 관심이 있었다면 이것은 역대급 성장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핵무기를 ‘지니’(알라딘 요술 램프의 요정)에 비유한 뒤 “AI는 핵무기와 마찬가지로 우리를 두렵게 하고, 다시 램프 속에 넣을 방법도 없다”고 우려했다.
벅셔해서웨이는 이날 공시에서 올해 1분기 말 기준 역대 최고치인 1890억달러(약 257조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했다고 밝혔다. 버핏은 “현금을 쓰고 싶지만 큰돈을 벌게 해주면서도 위험이 적은 기업을 찾기 전에는 섣불리 투자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홀로 여섯 시간에 걸친 대화 시간을 이어간 버핏은 주주들에게 “내년에도 꼭 오셨으면 좋겠고, 저도 내년에 참석하면 좋겠다”며 Q&A 세션을 마무리했다.
< 멍거 추모로 시작한 주총 > 4일(현지시간)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벅셔해서웨이 연례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지난해 11월 별세한 찰리 멍거 부회장의 삶을 기리는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이날 주총은 워런 버핏 회장의 오랜 단짝인 멍거 부회장을 추모하는 30분짜리 영상으로 시작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법인세 문제로 매각" 신뢰 여전…팀 쿡 등장에 행사장 곳곳 술렁
4일(현지시간) 벅셔해서웨이 주주총회가 열리기 전부터 행사장이 술렁거렸다. 주총 시작 15분 전인 오전 8시45분에 벅셔해서웨이가 최대주주인 애플의 최고경영진이 총출동해서다.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루카 마에스트리 최고재무책임자(CFO),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담당 부사장인 크리스틴 휴겟 퀘일 등과 함께 주주총회에 참석했다.
팀 쿡 애플 CEO가 4일(현지시간) 벅셔해서웨이 주주총회장에 들어서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애플 경영진의 이 같은 행보에도 벅셔해서웨이의 포트폴리오 변경을 막지는 못했다. 이날 벅셔해서웨이는 올 1월 애플 지분을 대거 처분한 사실을 발표했다. 지난해 4분기에 애플 주식 9억556만 주를 보유했으나 올 3월 말엔 보유 애플 주식을 7억9000만 주로 13%(1억1556만 주) 줄였다. 애플의 주가 하락으로 올 1분기 말 벅셔해서웨이의 애플 지분가치는 전 분기 대비 23% 감소했다. 시장에선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이 애플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보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버핏 회장은 애플에 변함없는 신뢰를 보냈다. 그는 “애플이 벅셔해서웨이가 보유한 아메리칸익스프레스나 코카콜라보다 훨씬 나은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말 엄청난 일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우리는 그레그 에이블 부회장이 이 회사를 넘겨받을 때도 애플, 아메리칸익스프레스, 코카콜라를 보유하고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세금 때문에 애플 지분 정리는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버핏 회장은 “미국 정부가 연방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법인세율을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며 “나중에 훨씬 더 높은 세율로 세금을 낸다면 올해 애플 지분을 팔았다는 사실에 크게 신경 쓰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법인세율을 최고 35%에서 21%로 인하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법인세율을 28%로 다시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버핏 회장은 지난해 11월 별세한 찰리 멍거 부회장에 대한 그리움을 감추지 못했다. 버핏은 “지난 수십 년간 돈 관리에서 멍거보다 대화하기 좋은 사람은 없었다”고 치켜세웠다.
버핏 회장은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도 높이 평가했다. 버핏은 “파월 의장이 재정정책을 통제하지 못하지만 (재정이) 문제가 될 것을 우려해 탄원서 같은 것을 보내기도 했다”며 “파월 의장이 현명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호평했다. 버핏은 1980년대에 인플레이션을 성공적으로 통제한 폴 볼커 당시 Fed 의장의 사례를 들며 “미국의 천문학적인 재정적자와 달러 가치 하락을 막으려면 의회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버핏 회장은 일본 무역상사에 대한 애정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그는 중국권을 비롯한 해외 투자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일본 무역상사 투자가 매력적이었다”며 “다른 나라에선 이처럼 큰 투자는 가능하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버핏은 90세 생일이던 2020년 8월 “기회에 놀랐고, 배당 성장에 매료됐다”며 이토추상사 등 5개 일본 무역상사 지분을 5%씩 확보한 뒤 지난해엔 지분율을 9%로 높였다. 지난 2월 발표한 주주서한에서도 그는 “미국 이외에는 자본을 배분할 의미 있는 후보 지역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베일 벗은 中 국유기업, 둥펑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 둥펑웨샹 본사 앞에 서 있는 자율주행 버스인 ‘셰어링 버스’. 2021년 4월 중국 국유기업 둥펑웨샹이 개발한 이 버스는 지난해 우한에서 상업 운영을 시작했다. 우한=신정은 기자
세계 최대 자율주행 도시로 떠오른 중국 중부의 교통 요충지 우한. 지난달 10일 찾은 우한 자율주행 시범지역에는 운전사가 없는 ‘완전 무인택시’(로보택시)가 여럿 돌아다녔다. 그 옆을 단돈 0.01위안(약 2원)만 주면 탈 수 있는 ‘무인 버스’가 달렸다. “완벽한 자율주행 도시를 가장 먼저 구현해 글로벌 ‘시티 브레인’(지능형 도시) 경쟁의 승자가 될 것”이란 중국의 야심 찬 목표는 서울의 14배 크기 도시를 거대한 미래 기술 실험실로 만들었다.
중국의 자율주행 상용화 속도는 ‘넘사벽’이다. 2013년 자율주행 사업을 시작한 바이두 등이 지난해 우한에서 거둔 로보택시 탑승 건수는 73만2000건. 2008년 출범한 구글의 무인 자동차 자회사 웨이모의 지난해 상업용 운행 기록(약 70만 건)을 넘어섰다. 중국에는 우한 같은 자율주행 시범지역이 베이징, 상하이, 선전 등 16곳이나 더 있다.
우한시가 바이두, 샤오미 등에 발급한 자율주행 테스트 차량 번호판은 약 2000개다. 이 중 바이두와 둥펑웨샹 등 2곳엔 상업용 자율주행 차량(로보택시, 무인버스) 면허도 내줬다. 연간 이용 승객은 90만 명에 육박한다. 중국의 자율주행 개방도로는 모두 2만2000㎞에 달하며, 이 중 우한에서만 3378㎞가 자율주행차에 열려 있다.
둥펑웨샹이 자체 제작한 신형 라이다(왼쪽)와 미국 벨로다인의 1세대 라이다(오른쪽). 신정은 기자
자율주행車 핵심 '저가 라이다'…中 야심 "도시 자체를 수출할 것"
기자가 우한에서 탄 로보택시 내부 모습. 운전사 없이 자율 주행한다.
“자율주행의 핵심 부품인 라이다 가격을 대당 8000위안(약 150만원)으로 낮췄어요. 모두 자체 기술로 만든 겁니다.”
지난달 말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 경제기술개발구에 있는 둥펑웨샹 본사에서 만난 추청 수석전략관이 전시관에 놓인 어른 주먹만 한 크기의 라이다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 옆엔 한눈에 봐도 크기가 3배쯤 돼 보이는 미국 벨로다인의 라이다가 있었다.
추 전략관은 “2015년 수입한 미국산 라이다는 대당 가격이 8만달러(약 1억1000만원)였다”며 “150만원짜리 라이다가 나왔다는 건 자율주행 보급 속도가 획기적으로 빨라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라이다는 전파 대신 직진성이 강한 레이저를 활용해 물체의 위치와 거리를 정밀하게 측정하는 센서다. 정확도가 워낙 높아 ‘자율주행차의 눈’으로 불린다. 하지만 비싼 가격은 자율주행 상용화의 걸림돌 중 하나였다. 업계에선 자율주행 상용화를 위해 라이다 가격이 2000달러 밑으로 떨어져야 한다고 보는데, 이 숙제를 중국이 해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둥펑웨샹은 중국 자율주행 기술을 세계 표준으로 만드는 데 ‘첨병’ 역할을 한다. 국유 자동차 기업으로 기술력 등이 모두 베일에 가려 있다. 둥펑자동차의 자회사이자 2013년 설립된 회사로,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상용 서비스를 통해 데이터를 축적하는 둥펑웨샹이 한국 언론에 등장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가성비’ 라이다를 공개한 것도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둥펑은 2021년부터 기술 자립을 위해 연구개발(R&D)에 수조원을 투입하고 있다. 내년까지 예정된 R&D 누적 투자 금액만 1000억위안(약 19조원)에 달한다. 상당액은 정부 곳간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둥펑웨샹이 벨로다인 제품과 비교하며 자사 라이더를 한국 언론에 공개한 건 그만큼 기술이 축적됐다는 사실을 대외에 알리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차석원 서울대 기계공학과 교수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가 라이다를 쓰지 않고 오로지 카메라만으로 완전 자율주행에 성공하겠다고 말한 이면에는 라이다의 비싼 가격이란 장벽이 있다”고 말했다. 둥펑웨샹 주장대로 라이다 가격을 대폭 낮췄다면 최소한 센서 상용화 기술만큼은 미국을 앞섰다는 얘기가 된다. 벨로다인은 글로벌 1위 라이다 제조사다.
중국이 도시 전체를 자율주행 실험실로 만든 건 ‘시티 브레인’이라는 인공지능(AI)과 첨단 모빌리티로 무장된 지능화 도시라는 콘셉트를 수출 모델로 삼기 위해서다. 업계 관계자는 “자율주행이 사고 없이 실행되려면 센서 기술뿐만 아니라 차량용 정밀 지도와 내비게이션도 필수적”이라며 “각 도시 특성에 맞도록 교통 인프라 설계부터 안전 교육까지 토털 솔루션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우한에서 둥펑웨샹 등이 끊임없이 자율주행 상용 서비스 데이터를 축적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중국이 자율주행 상용화에 얼마나 ‘진심’인지는 단돈 0.01위안(약 2원)에 불과한 자율주행 버스 요금에 그대로 나타나 있다. 자율주행 시대가 왔다는 걸 시민이 체험하고 받아들이게 하기 위해서다. 우한에서는 어릴 때부터 유치원에서도 자율주행 관련 안전 교육을 하고 있다. 추 전략관은 “결국 새로운 기술이 성공할지는 수요 창출에 달렸다”며 “이를 위해선 생산 비용을 절감하는 동시에 소비자 인식을 높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이처럼 자율주행 상용화에 힘쓰는 건 자율주행 기술이 이동 수단의 ‘게임 체인저’일 뿐 아니라 군사용으로도 활용될 수 있어서다. 미·중 기술 패권 전쟁의 핵심 기술이라는 얘기다. 특허청에 따르면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관련 특허(2013~2019년) 비중은 중국이 30.7%로 미국(27.6%)과 일본(20.8%)을 앞섰다.
자율주행 차량에 쓰이는 부품은 대부분 중국 자체 기술로 제작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차세대 통합 제어기가 대표적이다. 둥펑웨샹이 우한에서 운행 중인 자율주행 버스 ‘셰어링 버스’에 쓰인 AI 반도체 ‘A1000’은 중국의 자율주행 AI칩 공급사 헤이즈마즈넝(블랙세서미테크놀로지)이 공급한다. 둥펑웨샹 관계자는 “자율주행차를 움직이는 핵심 두뇌인 차세대 통합 제어기 ADU-100P도 자사가 중국 기술로 개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자율주행 도시 건설하고 無人화물차 도로 짓기로
중국 정부가 자율주행 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선정한 건 9년 전 이맘때였다. 2015년 내놓은 국가 산업 전략인 ‘중국 제조 2025’ 프로젝트에 자율주행을 포함했다. 그러자 여러 지방정부가 “자율주행 테스트 기지가 되겠다”고 손을 들었다. 그렇게 우한 베이징 선전 상하이 등 17개 도시에 ‘자율주행 시범 지역(지능형 커넥티드 차량 시험 시범구)’이 조성됐다. 이들 도시에 개방된 자율주행 테스트 도로는 모두 2만2000㎞에 달한다.
가장 앞선 도시는 단연 우한이다. 2019년 자율주행 시범 단지로 지정된 지 5년 만에 ‘세계 최고 자율주행 도시’란 타이틀을 얻었다. 업계에선 우한이 단숨에 자율주행 메카가 될 수 있었던 비결로 자동차, 정보기술(IT), 인재 등 삼박자를 두루 갖춘 점을 꼽는다. 우한은 ‘중국의 디트로이트’란 별명에 걸맞게 부품부터 완성차까지 자동차와 관련한 밸류체인을 모두 갖추고 있다. 중국 4대 국유 자동차 회사 둥펑의 고향이 바로 우한이다. 레노버, YOFC, 폭스콘이 자리 잡고 있는 등 중국 IT 중심지이기도 하다.
고급 인력도 풍부하다. 우한에 둥지를 튼 92개 대학이 매년 수많은 연구개발(R&D) 인력을 쏟아내고 있다. 얼마 전 샤오미가 R&D센터를 우한에 짓기로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한에 이어 ‘중국 제2의 자율주행 도시’ 경쟁도 치열하다. 저장성은 항저우와 사오싱, 닝보를 잇는 161㎞ 구간에 중국 최초로 자율주행 화물차 전용 고속도로를 건설 중이다. 베이징시는 미국 시카고와 맞먹는 250만 명 규모 슝안신구를 자율주행 도시로 만들기로 했다.
인공지능(AI) PC
삼성전자는 지난달 선보인 ‘올인원 프로’를 ‘인공지능(AI) PC’라고 부른다. 똑똑한 기능을 여럿 담고 있어서다. 스크린에 뜬 소나무를 벚나무로 바꾸라고 지시하면 전체 배경과 잘 어울리는 벚꽃 세상으로 화면을 바꾸는 식이다. 인터넷 연결 없이도 영어를 한국어로 실시간 번역해주고 방대한 문서를 간략하게 요약해주는 건 기본이다. 모두 온디바이스AI(기기 자체적으로 구동하는 AI)를 구현할 수 있는 AI 프로세서를 탑재한 덕분이다.
AI가 침체에 빠진 PC 시장의 ‘구원투수’로 등판하면서 PC용 AI 프로세서 개발 경쟁도 달아오르고 있다. 5일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23~2027년 전체 PC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3%에 그치지만, AI PC는 59%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2027년엔 새로 팔리는 PC 4대 중 3대가 AI PC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AI PC에 들어가는 칩은 기존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와 함께 AI 연산에 특화된 신경망처리장치(NPU)를 내장하는 게 특징이다. 인터넷 연결 없이 PC가 자체적으로 연산을 처리하려면 NPU는 필수다.
AI 프로세서 시장에서 가장 앞선 업체는 ‘전통의 CPU 강자’인 인텔과 AMD다. 인텔은 지난해 말 업계 최초로 ‘인텔 코어 울트라’를 내놓으면서 AI PC 시장의 포문을 열었다. 삼성전자의 올인원 프로를 포함한 ‘갤럭시북4’시리즈, LG전자의 ‘그램’, HP의 ‘스펙터x360’ 등 지금까지 출시된 거의 모든 AI PC에 이 칩이 들어갔다.
인텔이 사실상 독식하던 이 시장은 지난달 CPU 라이벌 AMD가 ‘라이젠 프로 8040·8000 시리즈’를 내놓으며 경쟁구도로 바뀌었다. 이 프로세서는 조만간 HP와 레노버 등의 제품에 적용될 예정이다.
그동안 PC보다는 스마트폰 프로세서에 역량을 집중해온 퀄컴도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달 PC용 AI 프로세서 ‘스냅드래곤x플러스’를 내놓은 것. ‘스마트폰의 두뇌’로 불리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시장을 석권한 퀄컴의 도전으로 시장은 3파전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업계에선 하반기에 퀄컴의 칩이 들어간 AI PC가 출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애플도 AI칩 ‘M4’를 자체 개발 중이다. 이르면 올해 말 M4를 내장한 맥북 시리즈를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도 2025년 출시를 목표로 개인용 PC용 칩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AI 칩 제조에 경쟁력을 보유한 만큼 향후 인텔, AMD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PC에서도 AI가 대세로 떠오르면서 AI에 강점을 지닌 반도체 업체들이 인텔과 AMD에 도전하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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