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신문 25.06.07.
제행무상(諸行無常) 모든 것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으며 영원히 지속되는 것이 없다.
'현대 TV' 발판 삼아 제조업 노리는 현대코퍼
한전·삼양식품 담은 외국인…유틸리티·수출株 비중 늘려
'현대 TV' 발판 삼아 제조업 노리는 현대코퍼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가 ‘HYUNDAI’ 브랜드로 팔고 있는 가전제품이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2023년 유럽 최대 국제가전박람회 ‘IFA’에서 관람객들이 현대전자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 제공
지난해 콜롬비아 TV 시장에서 삼성(24.7%), LG(17.4%)에 이어 점유율 3위(13.2%)에 오른 브랜드는 1990년대 이후 가전제품 시장에서 철수한 ‘현대전자’다.
콜롬비아뿐 아니라 남미, 동남아시아, 동유럽 등에서 TV를 비롯한 가전제품이 ‘HYUNDAI’ 이름으로 팔리고 있다.
비밀은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의 브랜드 사업이다. 범(汎)현대가 종합상사 역할을 하는 이 회사는 신사업으로 해외 가전제품에 브랜드를 빌려주거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을 하는 사업을 택했다. 160여 개국에서 가전제품이 인기를 끌면서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을 냈다. 여기서 창출한 이익으로 제조업 직접 진출도 노리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 매출(개별 기준)은 2156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2000억원을 돌파했다. 올해 1분기 매출(621억원)도 분기 기준 최대를 찍었다.
이 같은 성과는 브랜드(상표권) 사업 덕분이다. 지난해 브랜드 사업의 매출 비중은 26.1%(564억원)로 2019년 12.8%(236억원)보다 두 배가량 높아졌다. 영업이익률이 41.0%(231억원)에 달할 정도로 그룹의 안정적 현금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다.
회사가 브랜드 사업을 신사업으로 선정한 건 2007년이다. 과거 가전제품을 생산한 현대전자는 그룹 간 빅딜과 워크아웃 등으로 지금의 SK하이닉스인 하이닉스반도체로 사명을 바꾸면서 2001년 가전 사업을 정리했다.
오래전 가전 사업을 정리한 현대지만 현대자동차와 현대건설, 현대중공업 등으로 현대라는 브랜드가 세계 곳곳에서 흥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여겨본 이 회사는 2007년 하이닉스에서 전자·정보통신제품용 현대 상표권을 인수해 브랜드 사업을 시작했다. 2019년 ‘현대’ 상표권을 현대중공업(현 HD현대)에 1076억원에 팔았지만, 30년간 943억원의 임차료를 내고 획득한 사용권으로 사업을 벌인 것이다.
2015년 현대코퍼레이션에서 인적분할한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는 브랜드 사업을 더 확대했다. 성과가 나자 해외 제조사에 가전제품 생산을 위탁한 뒤 상표를 붙여 파는 OEM 사업으로 확대하고 있다. 회사는 현재 상표권 매출의 10% 정도인 OEM 비중을 더 높이고, 지역도 아프리카 등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대부분 OEM 회사는 중국에 있다. 기본 가전제품에선 품질과 가격 등에서 중국 회사를 당해내기 쉽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신흥국의 젊은 세대들은 저렴하면서도 품질이 괜찮은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중국 가전회사 중 수출 실적이 있는 곳을 골라 품질을 꼼꼼하게 검수한 뒤 제조사를 선정한다”고 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TV 냉장고 등 가전제품은 현대라는 이름을 달고 세계 약 160개국에서 한국엔 없는 ‘현대전자’ 제품이 돼 팔리고 있다.
회사는 브랜드 사업의 매출 규모가 크지 않으나 매년 300억원 안팎의 이익을 내고 있어 이를 사업 다각화에 필요한 ‘총알’로 쓰겠다는 전략이다. 대표적인 게 제조업 진출이다.

실제로 올해 말까지 자동차 부품업체를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에 납품하는 국내 부품업체로 인수가격은 600억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2021년 러시아와 인도네시아 등에 국내외 자동차 부품사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부품 사업에 나선 이 회사가 자동차 부품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는 것이다. 평소 신사업 발굴을 강조해 온 정몽혁 회장(사진)은 올해 경영 화두로 ‘경영권 인수’를 꺼냈다.
지주사뿐 아니라 현대코퍼레이션도 지난해 사상 최대인 6조9957억원 매출을 찍었다. 2021년부터 매출과 영업이익이 연평균 23%, 56%씩 늘었을 정도다. 이를 두고 현대중공업에서 계열분리한 정 회장의 ‘10년 차 독립경영’이 빛을 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전·삼양식품 담은 외국인…유틸리티·수출株 비중 늘려
외국인 투자자가 올해 국내 증시에서 전기·가스·수도 등 유틸리티 업종과 수출주 비중을 적극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개별 종목으로는 한국전력과 삼양식품을 집중 매수했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전날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보유율이 가장 많이 상승한 업종은 전기·가스(보유율 16.22%)였다. 연초 13.42%를 기록한 보유율이 5개월여 사이 2.8%포인트 높아졌다.
같은 기간 오락·문화 업종 보유율은 7.01%에서 8.27%로 1.26%포인트 올라 2위를 차지했다. IT(정보기술) 서비스(19.30%)와 일반서비스(16.06%), 음식료·담배(8.43%) 업종의 보유율도 각각 1.01%포인트, 1.0%포인트, 0.8%포인트 상승했다. 각 업종 내 외국인 투자 비중이 증가하면 주가 상승 기대가 커질 수 있다는 게 증권업계 설명이다. 해외 연기금 등의 대규모 자금이 추가로 쏠릴 수 있어서다.
올 들어 외국인이 전기·가스 업종에서 가장 많이 매수한 종목은 한국전력이었다. 한전 주가는 올해만 50.05% 급등했다. 국내 증시 전체에서 외국인 순매수 4위(5620억원)에 올랐다. 대선 전 줄곧 지지율 1위를 달린 이재명 대통령의 ‘에너지 고속도로’ 공약이 주가 상승의 기폭제가 됐다는 분석이다.
오락·문화 업종에선 강원랜드(260억원)와 GKL(200억원)에 투자금이 몰렸다. 최근 외국인 관광객이 늘자 저가 매수세가 유입된 것으로 풀이된다. IT 서비스 업종에선 네이버(4730억원)와 카카오(3760억원), 크래프톤(610억원)을 쓸어 담았다. 인공지능(AI) 신사업 기대와 실적 개선 가능성 등이 투자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음식료·담배 업종에선 삼양식품 투자 수요가 두드러졌다. 외국인은 올해 삼양식품(3900억원)과 오리온(830억원)에 집중 베팅했다. 모두 ‘K푸드’ 수출주다. 삼양식품은 대표 제품인 ‘불닭볶음면’의 해외 판매 호조로 연매출 2조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오리온은 러시아 등의 수출 성과에 힘입어 1분기 깜짝 실적을 공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