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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신문

생각신문 25.02.21.

by FROMA_W 2025. 2. 21.

제행무상(諸行無常) 모든 것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으며 영원히 지속되는 것이 없다.

 

1톤당 78만5000원 '다 죽을 판'…초비상 한국, 결국 결단___철강

다음 전쟁터는 석유화학제품?___석유화학

단독투약으론 효과 한계…'약물 다변화'해 암 잡는다___ADC

건기식까지 접수한 K뷰티…中도 프리미엄 제품은 韓에 맡긴다___K뷰티

비만약도 '메이드 인 코리아'…빅파마 생산기지 된 K바이오___K바이오

원료·공병 만드는 中企…"뷰티 열풍 속 든든한 조연"___K뷰티

HMM, 벌크선 비중 '벌크업'…컨선에 집중된 사업 다각화 나선다__기업(HMM)

SK이노, 또 신고가…외국인·기관 쌍끌이___기업(SK이노베이션)


1톤당 78만5000원 '다 죽을 판'…초비상 한국, 결국 결단

 
정부가 그동안 저가 물량 공세를 펴온 중국산 후판에 칼을 빼 들었다. 국내산 유통가와 맞추기 위해 한 달 뒤부터 최대 38%의 관세를 매기기로 했다. 업계 예상을 뛰어넘은 고강도 반덤핑 조치로, 위기에 빠진 철강산업을 지키려면 장벽을 쌓지 않을 수 없다는 위기감이 반영됐다. 한국이 도널드 트럼프발(發) 관세전쟁에 뛰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는 20일 회의를 열어 국내로 들어오는 중국산 열간압연 후판에 수출 기업별로 27.91~38.02%의 잠정 덤핑방지 관세를 부과하는 안을 심의·의결했다. 잠정 관세는 기획재정부의 검토를 거쳐 한 달 내로 확정해 중국산에 즉각 부과한다.

이번 조치는 현대제철이 지난해 7월 반덤핑 제소를 하자 그해 10월부터 넉 달간 진행한 예비조사 끝에 내린 예비판정 조치다. 통상 본조사까지 마친 뒤 덤핑률을 결정하지만 큰 피해가 예상될 때는 예비판정 형태로 관세를 바로 물릴 수 있다.

무역위 관계자는 “예비조사 결과 중국에서 들어오는 후판에서 덤핑 사실이 발견됐고 덤핑 수입으로 국내 산업이 피해를 봤다는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 철강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국내 철강산업을 갉아먹어 온 중국발 저가 공습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고 판단해 특단의 대책을 세운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이 한국의 주력 대중 수출 품목을 제재하는 등 보복 조치를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값싼 중국산으로 원료비를 아껴온 국내 조선·건설사 등의 불만이 커 본조사 단계에서 세율이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 최종 관세가 매겨지는 본조사에서는 통상 국내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이 고려돼 왔다.

'철강 살리기' 특단조치…값싼 中후판 쓰던 조선·건설업계 날벼락
중국산 철강에 칼 뺀 정부, 中 저가공습 좌시할 수 없다

‘27.91~38.02%.’
20일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가 발표한 중국산 후판(두께 6㎜의 철강재) 반덤핑 관세율을 받아 든 철강업계는 축제 분위기였다. 관세율이 업계 예상(20~25%)보다 높게 책정돼 국산 후판이 중국산보다 싸져서다. 반면 저렴한 중국산 후판으로 배를 만들던 조선업계와 건설업계는 울상이다. 국가 기간산업인 철강 구하기에 나선 정부의 결정이 다른 산업에는 피해를 주는 결과를 초래하는 셈이다.

◇ 철강업체 수익성 개선될 듯

지난해 국내에 수입된 중국산 후판은 모두 117만t. 2016년(144만t) 후 8년 만의 최대치다. 지난해 국내에서 쓰인 후판 700만t의 16.8%가 중국산이었다. 이유는 단 하나, 가격이다. 후판 품질은 중국산이나 국산이나 엇비슷하기 때문에 가격이 구매 결정의 핵심 포인트여서다.

이달 기준 중국산 후판 가격은 t당 78만5000원으로, 국산(t당 90만원)보다 12.7% 저렴하게 유통되고 있다. 작년에는 가격 차가 20% 이상 벌어졌지만, 관세 판정을 앞두고 격차가 줄었다. 중국산에 27~38% 관세가 붙으면 국산 후판이 10% 이상 저렴해진다.

국내 후판 수요는 조선사 70%, 건설사 30%로 나뉜다. 건설 불황 여파로 철강사들은 조선사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지만, 지난해 국산 후판의 조선용 판매량은 2021년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선박을 발주하는 해운사들이 배값이 급격하게 오르자 신(新)조선가를 조금이라도 낮추기 위해 중국산 후판 사용을 허용하는 분위기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후판 3사’의 연 생산 규모는 각각 550만t, 260만t, 150만t 정도다. 하지만 중국의 침공으로 후판 3사의 평균 가동률은 53.9%에 그쳤다. 반덤핑 관세로 중국산 후판이 사실상 퇴출되면 국산 후판 판매가 늘어날 뿐 아니라 가격도 오를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후판 가격이 t당 1만원만 올라도 업체 영업이익이 수백억원씩 늘어난다”며 “반덤핑 관세가 부과되면 중국 저가 공세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조선사·압연사는 난색

반덤핑 관세가 국내 모든 산업에 보탬이 되는 건 아니다. 후판이 선박 건조원가의 20%를 차지하는 조선사가 그렇다.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조선 빅3’가 쓰는 후판의 25~30%는 중국산이다. 벌크선과 탱크선 등을 만드는 중형 조선사의 중국산 사용률은 5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산 후판에 반덤핑 관세가 부과돼도 조선사가 당장 큰 피해를 보는 건 아니다. 수입 원자재로 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면 관세를 물리지 않는 ‘보세공장 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조선사들은 중국산 후판으로 만든 배를 대부분 해외 선주에게 넘기는 만큼 이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산 후판으로 국내에 건물을 짓는 건설업체는 대상이 아니다. 건설사가 반덤핑 관세의 최대 피해자가 된다는 얘기다. 다만 반덤핑 관세가 국산 후판 가격 상승을 부르면 결국 조선업계도 원자재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동국씨엠, 세아제강, KG스틸 등 압연업체들도 정부의 잇따른 반덤핑 관세 부과 움직임에 반발하는 분위기다. 이들 회사는 국내외 철강사에서 열연강판을 사들여 컬러강판과 강관 등을 만드는데, 정부가 일본 및 중국산 열연강판 반덤핑 조사에 착수하기로 해서다.

업계에선 반덤핑 관세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다음달 12일부터 수입 철강에 25%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하면 국내 철강업체들이 다시 코너에 몰릴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미국 수출길이 막힌 한국·중국·일본 철강재가 쏟아져 가격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음 전쟁터는 석유화학제품?

정부가 중국산 후판에 최대 38%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데 이어 열연강판에 대해서도 반덤핑 조사를 개시하기로 하자 그간 무역 구제 조치에 소극적이던 정부 기조가 바뀌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로 위기에 처한 석유화학업계가 다음 차례가 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 관계자는 20일 “미국에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들어선 뒤 중국이 관세 장벽을 치는 미국 대신 한국으로 눈을 돌리는 경향이 강해졌다”며 “철강에 이어 석유화학, 합판 목재 등의 제품에서도 반덤핑 제소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날 무역위는 중국산 후판과 함께 식품·담배 포장재로 쓰이는 중국산 OPP필름에도 최대 25.04%의 덤핑 방지 관세를 부과했다. 태국과 인도네시아산에는 최대 10.55%, 5.98%씩 매겼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산의 관세가 유독 높게 책정됐다.

다만 석유화학업계 전반으로 정부가 반덤핑 카드를 꺼내 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석유화학은 철강과 달리 중국이 국내 기업의 최대 수출국이라 주력 품목 위주로 관세를 매겼다가는 다른 제품에서 보복 관세를 맞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석유화학 기업별로 생산하는 품목에 차이가 있어 이해관계자 간 의견을 모으기 쉽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스티렌모노머(SM)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무역위에서 열린 이해관계자 회의에서 한화토탈에너지스와 여천NCC는 중국산 SM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LG화학은 “SM은 국제가격으로 거래되는 데다 일본산 수입도 많아서 중국산에만 관세를 물리긴 어렵다”며 반대했다고 한다.
 

단독투약으론 효과 한계…'약물 다변화'해 암 잡는다

차세대 항암제 기술인 항체약물접합체(ADC) 의약품 매출 1위는 일본 다이이찌산쿄의 엔허투다. 엔허투 이후 월등한 효능을 보여준 ADC 항암제가 나오지 못하고 있다. 한국 ADC 개발사들은 ADC의 낮은 효능을 극복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이병철 카나프테라퓨틱스 대표는 20일 제주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5 한경 바이오인사이트포럼’에서 “ADC 단독 투약의 저조한 효능을 극복하기 위해 약물 다변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법의 탄환으로 불리는 ADC는 암세포를 정확히 타격하는 기술이다. 암을 찾아가는 항체와 약물(페이로드), 이 둘을 연결하는 링커로 구성된다. 약물은 암세포에 타격을 줄 수 있는 강력한 세포 독성약물을 사용한다. 약물이 암세포 사멸에 핵심적 역할을 한다. 하지만 최근 개발되는 ADC는 단독 투약으로 좋은 항암 효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는 신규 약물 전략으로 면역항암제를 주목하고 있다. 김용주 리가켐바이오 대표는 “ADC와 병용하거나 페이로드로 항체에 연결할 면역항암제를 확보하기 위해 내부 연구뿐만 아니라 다른 바이오회사의 물질 도입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름테라퓨틱은 세계 최초로 ADC에 표적단백질분해(TPD)를 결합해 항체접합분해제(DAC)를 개발했다. TPD는 질병의 원인이 되는 단백질을 표적으로 해 분해하는 치료제다.

기존 ADC는 링커에 하나의 약물만 붙인다. 피노바이오는 두 개의 약물을 동시에 붙이는 플랫폼인 이중 화합물(듀얼 페이로드)을 제작 중이다. 정두영 피노바이오 대표는 “ADC에 두 개 약물을 각각 사용 또는 두 가지 효능을 내는 한 개 약물을 활용 등 투트랙으로 개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건기식까지 접수한 K뷰티…中도 프리미엄 제품은 韓에 맡긴다

충북 음성군 대소면 대풍리. 드넓은 논밭 사이에 있는 콜마비앤에이치 공장에서는 세계 1위 종합비타민 ‘센트룸’을 생산한다. 2023년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 헤일리온(옛 GSK컨슈머헬스케어)이 대만에서 생산하던 한국용 물량을 콜마비앤에이치에 맡겼다. 첫해 전체 품목(SKU)의 10%이던 위탁물량은 지난해 60% 이상으로 확 늘었다. 헤일리온 관계자는 “올해는 위탁물량을 더 늘리고, 중장기적으로 수출용도 맡길 계획”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특수 이후 고전하던 한국의 건강기능식품 수탁생산 기업이 살아나고 있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제조업자개발생산(ODM) 할 것 없이 건기식 생산 주문이 급증하고 있다. K푸드 열풍에 힘입어 한국산 건기식이 해외에서 주목받고 있는 데다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들이 한국을 ‘아시아 생산기지’로 삼고 있어서다.

◇뷰티 이어 건기식 생산기지 된 한국

건기식 ODM의 선두 주자는 화장품 ODM 강자인 한국콜마와 코스맥스의 자회사들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1위 건기식 ODM 기업 콜마비앤에이치는 지난해 매출 6280억원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콜마비앤에이치 매출은 2020년 코로나19 특수로 역대 최대치(6069억원)를 기록한 후 내리막길을 걷다가 4년 만에 다시 6000억원을 돌파했다. 국내 건기식 시장이 역성장한 지난해에도 전체 매출이 증가한 건 수출 덕분이다. 콜마비앤에이치가 원료부터 개발한 ODM 제품 ‘애터미 헤모힘’이 해외에서 인기를 얻어 지난해 글로벌 매출이 36% 증가했다.

국내 건기식 ODM 2, 3위인 코스맥스엔비티노바렉스도 글로벌 기업 생산기지로 거듭나면서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 코스맥스엔비티는 국내와 호주 법인에서 중국 건기식 브랜드 ‘바이헬스’와 ‘스위스’ 제품을 생산한다. 코스맥스엔비티 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65%에서 지난해 3분기 70%까지 올랐다. 노바렉스도 미국 건기식업체 GNC의 중국 및 아시아 시장 완제품을 생산 중이다.

◇“中에서도 한국산 더 선호”

K건기식 ODM 기업의 경쟁력은 제품을 용도에 맞게 만드는 제형과 원료에 있다. 최근 건기식 시장에선 성분 함량은 유지하되 크기는 줄이는 초소형 제형 기술이 대세다. 코스맥스엔비티는 이 기술을 발 빠르게 개발해 글로벌 대형 제약사의 멀티팩 건기식 계약을 따냈다. 건기식 효능을 좌우하는 원료를 자체 개발할 정도로 기술력이 높다는 점도 한국 기업의 강점이다.

제조력 역시 인정받았다. 콜마비앤에이치는 호주 연방의약품관리국(TGA)의 우수의약품 제조·품질관리 기준(GMP) 인증을 얻었다. 코스맥스의 또 다른 건기식 ODM 계열사 코스맥스바이오도 전 세계 90개국에서 통용되는 미국위생협회(NSF) 인증을 받았다.

글로벌 K뷰티 ODM 기업으로서 오랜 기간 쌓아온 신뢰성도 이들 기업의 경쟁력으로 꼽힌다. 코스맥스와 한국콜마는 이탈리아 인터코스와 함께 글로벌 ‘톱 3’ 뷰티 ODM 기업이다. 로레알, 에스티로더 등 글로벌 기업을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다. 중국 바이헬스도 자체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지만 프리미엄 제품군 생산은 코스맥스엔비티에 맡긴다. 한 건기식 회사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자국산 건기식보다 한국산이 더 믿을 만하다는 인식이 퍼졌다”고 전했다.

포천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건기식 시장 규모는 2023년 4199억달러(약 604조원)에서 2032년 9767억달러(약 1046조원)로 커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기업은 글로벌 건기식 ODM 시장에 이제 막 첫발을 내디뎠기 때문에 성장 잠재력이 크다”고 분석했다.
 

비만약도 '메이드 인 코리아'…빅파마 생산기지 된 K바이오

한국 제조업자개발생산(ODM) 기업의 ‘메이드 인 코리아’ 문구가 세계 제약산업 역사를 다시 쓰고 있는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GLP)-1 계열 비만약’에도 붙게 됐다. 주인공은 SK팜테코다. 뛰어난 생산력과 품질력을 무기로 한국이 세계 바이오의약품 핵심 생산기지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20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SK그룹 원료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자회사인 SK팜테코는 지난해 12월 글로벌 제약사로부터 최대 2조원 규모 비만약을 수주했다. 덴마크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 미국 일라이릴리의 젭바운드로 유명한 GLP-1 계열 비만약 CDMO를 국내 기업이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K그룹은 이번 계약을 위해 3100억원가량을 투입해 세종시에 첨단 저분자·펩타이드 생산 공장을 증설하기로 했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글로벌 CDMO 시장 규모는 28조원이다. 2029년 63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파른 성장을 이끄는 약물이 GLP-1 계열 비만약이다. 세계적으로 고품질 비만약 CDMO를 맡을 수 있는 기업은 많지 않다. 실력을 입증한 SK팜테코에 추가 수주가 몰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SK팜테코 성과는 ‘갑자기’ 나온 게 아니다. 한국은 세계 최대 바이오의약품 생산 도시를 보유했다. CDMO 기업이 밀집한 인천의 바이오의약품 생산력은 116만L로 세계 최대다. 2위인 미국 매사추세츠주(65만L)와 ‘초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 기업은 항암제, 자가면역질환제 등에 많이 쓰이는 항체 분야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내고 있다. 대표 주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다. 올해 4월 5공장이 가동되면 78만4000L의 생산력을 확보한다. 세계 1위 CDMO업체인 스위스 론자를 앞서게 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높은 품질과 빠른 생산 속도로 화이자 등 세계 상위 20개 제약사 중 17곳을 고객으로 확보했다. 지난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연 매출 4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올해(전망치 5조5000억원) ‘5조 클럽’ 진입을 앞두고 있다.
 

원료·공병 만드는 中企…"뷰티 열풍 속 든든한 조연"

한국산 화장품과 의약품이 국내외에서 승승장구하도록 돕는 숨은 공신 중 하나는 한국 중소기업이다. 화장품을 담는 유리병, 튜브부터 종이 포장재까지 모두 국내 기업이 제조하고 있다.

1971년부터 55년째 유리병을 제조해온 영일유리공업은 LG생활건강의 인기 브랜드 ‘후’ 등에 가장 많은 유리병을 판매하고 있다. 유리병 인쇄를 전문으로 하는 삼안산업, 금박 은박 등을 포장용 특수지에 입히는 덕수산업도 K뷰티를 든든하게 받치는 기업이다.

천연 보습제와 미백제, 피부재생용 천연 소재를 제조하는 현대바이오랜드도 중국과 동남아시아 사업 호조로 전체 실적이 개선됐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17.5% 증가한 1195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70억원에서 163억원으로 두 배 이상으로 뛰었다. 천연 화장품 원료와 글로벌 식품 기업인 네슬레 제품을 국내 독점 유통하는 신사업 실적이 좋아진 덕분이다. 동물성 원료 사용을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화학원료 관련 환경규제가 강화된 점도 호재로 작용했다.

환율 효과도 있었다. 미스트같이 뿌리는 화장품용 캔(에어로졸)을 제조하는 승일은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한국콜마, 코스메카 등에 제품을 판매 중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1444억원과 영업이익 2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매출은 1.7%, 영업이익은 302.8% 늘었다. 지난해 달러 강세와 재료 원가 감소 효과를 톡톡히 봤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현대바이오랜드 관계자는 “K뷰티로 인한 낙수효과가 국내 화장품산업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어 당분간 호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HMM, 벌크선 비중 '벌크업'…컨선에 집중된 사업 다각화 나선다

국내 대표 해운사인 HMM의 컨테이너 사업 매출 비중은 85%에 이른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례 없는 해운업 호황이 이어진 2021~2022년 50%가 넘었던 영업이익률은 2023년 7%로 추락했다. HMM이 SK해운의 탱커선과 액화석유가스(LPG)선, 벌크선 사업부 인수에 나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장 상황에 따라 운임 변동폭이 큰 컨테이너선에 집중된 포트폴리오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벌크선 앞세워 불황 대비

20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HMM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SK해운 인수를 검토했다. 도널드 트럼프발(發) 관세 장벽이 예고된 가운데 컨테이너선 운임 하락에 대비하려면 벌크선 선복량 확대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벌크선은 포장하지 않은 화물을 그대로 실을 수 있는 화물 전용선이다. 철광석 유연탄 등 원자재를 주로 실어 나른다. 유조선과 LNG운반선, 자동차 운반선(PCTC) 등도 넓은 의미의 벌크선 사업에 포함된다. 업계에선 컨테이너선과 벌크선이 상호 보완 역할을 한다고 보고 있다. 벌크선은 컨테이너선과 달리 장기 운송 계약 비중이 높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이익을 내며 해운업 불황기에 효자 역할을 한다.

작년에도 벌크선과 컨테이너선의 업황은 완전히 달랐다. 컨테이너선 시황을 보여주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중동 전쟁 등 여파로 2023년 말 1759.58에서 지난해 말 2460.34로 상승했지만, 벌크선 시황을 나타내는 발틱건화물선지수(BDI)는 중국 경기 둔화 여파로 같은 기간 2094에서 997로 하락했다.

2010년대까지만 해도 HMM의 컨테이너와 벌크선 사업 비중은 6 대 4 정도로 큰 차이가 없었다. 컨테이너선에 주력해온 HMM은 글로벌 해운 업황이 악화하자 벌크선 사업을 잇달아 매각했다. HMM은 현재 36척, 630만DWT(재화중량톤수·선박에 실을 수 있는 화물 최대 중량)인 벌크선 사업 규모를 2030년 110척, 1256만DWT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벌크선 매출을 2023년 1조2430억원에서 2030년 3조3200억원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이렇게 되면 벌크선 매출 비중은 같은 기간 15%에서 22%까지 커진다.

◇한앤코 7년 만에 투자금 회수

HMM이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14조3000억원에 달한다. SK해운의 전체 몸값이 3조~4조원대인 만큼 인수 여력은 충분하다. 매각 가격은 인수 대상에 따라 달라지지만 LNG선 사업부 등을 제외한 분리 매각 시 SK해운의 몸값은 2조원 안팎(부채 제외 기준)으로 거론된다. HMM이 LNG선 사업을 인수하지 못하는 건 2014년 현대상선 시절 LNG사업부(현 현대 LNG 해운) 매각 당시 맺은 겸업 금지 조항 때문이다. 이 조항은 2029년 말까지 유효하다.

SK해운은 국내 해운사 중 매출 구조가 가장 안정적인 회사 중 하나로 꼽힌다.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는 2018년 일감몰아주기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SK그룹으로부터 SK해운 경영권 지분(83.65%)을 1조5000억원에 인수했다.

SK해운 인수로 HMM 몸집이 커질수록 새 주인을 찾기 어려울 것이란 시각도 있다. HMM은 한진해운 파산 후 유일하게 공적자금을 투입한 국적 선사다. 산업은행(33.73%)과 해양진흥공사(33.32%)가 대주주다. 업계 관계자는 “HMM이 SK해운을 인수하면 ‘주인 없는 회사’란 이유로 경쟁력을 키우지 못한다는 지적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며 “매각이 쉽지 않은 현실에서 두둑한 현금 자산을 바탕으로 독자 노선을 걸을 수도 있다”고 했다.
 

SK이노, 또 신고가…외국인·기관 쌍끌이

정유 대장주 SK이노베이션이 외국인과 기관의 ‘쌍끌이 매수’에 힘입어 신고가를 기록했다. SK E&S 합병으로 재무 개선과 함께 액화천연가스(LNG) 사업 재평가가 이뤄질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SK이노베이션은 20일 1.08% 오른 13만1400원에 마감했다. 이틀 연속 52주 신고가다. 올 들어 17.32% 상승했다. 이 기간 기관이 1732억원, 외국인이 655억원어치를 순매수해 주가를 끌어올렸다. 연기금이 960억원어치를 사들인 것도 눈에 띈다.

지난해 11월 LNG발전소를 운영하는 SK E&S 합병 이후 실적 개선 기대가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안정적인 캐시카우를 확보하면서 현금 흐름이 개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BNK투자증권은 SK이노베이션 영업이익이 작년 3000억원에서 올해 1조9000억원으로 대폭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호주 바로사 가스전이 가동되는 올 하반기를 기점으로 LNG 사업에 거는 기대는 더 커질 전망이다. 전유진 iM증권 연구원은 “바로사 가스전의 상업 생산이 시작되면 연간 130만t의 LNG를 새로 확보하게 된다”며 “E&S 총물량의 20%에 달하는 만큼 도입단가 안정화와 발전 사업 수익 창출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 협의가 진행되며 정유·화학주 투자심리가 개선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지난 3년간 중국발 공급 과잉과 수요 부진, 원가 부담 등이 국내 업계를 위협한 근본 원인”이라며 “종전으로 이 같은 악재가 해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해석했다.

이런 기대를 반영해 이달 들어 삼성증권, 현대차증권, iM증권, SK증권 네 곳이 SK이노베이션 목표주가를 올렸다. iM증권과 BNK투자증권이 제시한 목표가는 17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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